제24화 리셋
신지은은 비록 자리를 떠난 척했지만 시선은 줄곧 손아영과 민유한에게 향해 있었다.
두 사람의 입 모양만으로도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대략 감이 온 신지은은 속으로 냉소를 흘렸다.
‘나더러 나중에 빚 갚는 호구 역할까지 하라고? 정말 계산기 하나는 잘 두드리네. 아쉽지만 이번 생에는 그렇게 만만하게 당해줄 생각 없어.’
신지은은 시선을 거두고 아무렇지 않게 몇 벌의 옷을 더 골라 직원에게 포장을 부탁했다.
직원이 자리를 비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손아영이 민유한을 데리고 다시 나타나 환한 웃음을 띤 채 말했다.
“지은아, 민유한한테 다 말했어. 마음껏 골라. 오늘은 민유한이 계산할 거니까!”
신지은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무심하게 말했다.
“그래? 마침 잘 왔네. 나 다 골랐거든. 가서 계산해.”
손아영은 신지은의 말속에 담긴 미묘한 기색을 눈치채지 못한 채 기쁜 마음으로 민유한을 이끌고 계산대로 갔다.
직원은 포장해 둔 쇼핑백을 가리키며 정중히 안내했다.
“고객님, 모두 아가씨께서 고르신 제품입니다. 총 22억 4천만 원입니다.”
“뭐라고요?”
눈이 휘둥그레진 민유한의 목소리가 순간 높아졌다.
직원은 약간 당황한 듯했지만 여전히 미소를 유지한 채 다시 한번 말했다.
“총 22억 4천만 원입니다. 일시불로 하시겠어요? 아니면 할부하시겠어요?”
금액을 다시 확인한 민유한은 정말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그는 손아영을 돌아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10억 정도라며? 어떻게 20억이 넘을 수가 있어!”
민유한의 고통스러운 표정에 손아영은 속으로 쾌감을 느꼈다.
‘민유한을 제때 불러와서 다행이네. 아니면 이거 전부 나 혼자 감당해야 했을 텐데.’
손아영은 못 들은 척 민유한의 팔을 툭툭 치며 재촉했다.
“20억일 뿐이잖아. 너한테 이 정도는 있는 거 알아. 신지은이 용서하길 바란다며? 그럼 이 정도는 투자해야지.”
사실 민유한과 손아영 모두 가난을 두려워했지만 두 사람의 소비 성향은 정반대였다.
손아영은 신지은한테 받은 돈으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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