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화 심리전의 서막
그 말을 들은 순간 신지은과 손아영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민유한의 끈적한 시선이 자신에게 꽂히는 걸 느낀 신지은은 온몸이 굳어버렸다.
그리고 의식이 저절로 남자들에게 짓밟히고 모욕당하던 그 밤으로 끌려갔다.
“봐봐, 신씨 가문의 귀한 아가씨가 이제 길거리 창녀랑 뭐가 다를 게 있어?”
“이 더러운 년아. 넌 이제 씨받이 신세야.”
“천한 년. 엉덩이 들고 엎드려. 주인님이라고 불러봐.”
남자의 짐승 같은 웃음소리와 욕설이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공포와 혐오감에 신지은의 얼굴빛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버렸고 몸 전체가 본능적인 두려움에 덜덜 떨렸다.
민유한은 그녀의 이상한 반응을 보고는 단순히 몸이 안 좋은 줄 알고 기회라고 생각하며 다가갔다.
“자기야, 왜 이렇게 안색이 안 좋아? 이마에 땀도 나잖아. 어디 아파?”
민유한이 말하며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만지려는 순간 신지은은 반사적으로 그의 손을 내리쳤다.
“손대지 마!”
날카로운 목소리가 매장을 가르며 퍼졌다.
신지은의 눈동자에는 혐오와 증오가 뒤섞여 살기를 머금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토록 격한 반응은 예상치 못한 민유한이 놀라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손아영 또한 신지은의 갑작스러운 호통에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지은아, 왜 그래?”
신지은은 붉어진 눈동자로 손아영을 노려보았다. 그 눈빛 속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증오가 끓어올랐다.
손아영은 태어나 처음 보는 신지은의 표정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마치 악귀에게 붙잡힌 듯한 섬뜩한 공포감에 그녀는 본능적으로 한 발짝 물러섰다.
신지은은 그녀 얼굴에 스쳐 지나간 공포의 기색을 보며 서서히 숨을 고르고 냉정을 되찾았다.
조금 전 자신의 지나친 반응을 의식한 신지은이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괜찮아. 민유한을 보니까 그날 밤이 떠올랐어. 너도 알다시피 나 결벽증 있잖아. 그날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토할 것 같아. 부모님이 사주신 별장이 아니었으면 벌써 처분했을 거야.”
그 말이 떨어지자 손아영과 민유한의 표정이 잠시 굳어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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