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임진희는 억울한 표정으로 말을 멈췄다.
사모님 명분과 백승우의 돈은 언젠가 그녀의 것이 될 테니 섣불리 덤빌 수가 없어 이번엔 참기로 했다.
한동안 훤한 대낮에 집으로 돌아온 적이 없는 백승우는 익숙한 별장 앞에서 낯설고도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잠깐의 이별이 신혼보다 낫다는 말이 이런 뜻일까.
“유정아, 내가 왔어.”
그는 여자의 이름을 부르며 빠르게 마당을 가로질러 거실로 들어섰다.
마당의 꽃과 식물은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실내 가구는 그대로 유지된 채 곳곳에 집주인의 취향과 멋을 뽐내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안유정 덕분이었다.
백승우는 그녀를 안아주며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지만 주위를 둘러봐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 마침 일하러 온 도우미에게 물었다.
“집사람 외출했나요?”
보통은 안유정이 집에 있어야 할 시간이다.
도우미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도 그녀의 행방을 몰랐다.
“모르겠어요. 아침부터 못 봤어요.”
백승우는 다소 불쾌했다.
“아침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도 모릅니까?”
아무도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고 모두 마음속으로 비아냥거렸다.
‘자기 아내가 어디 갔는지 남편인 본인이 알아야지. 왜 우리한테 물어?’
백승우는 분위기의 미묘한 기류를 감지하고는 손을 내려놓고 한발 물러섰다.
“됐어요. 물어봐도 소용없는 것 같으니까 내가 직접 찾아보죠.”
안유정이 학교 다닐 때처럼 할 일이 없는 오전에 늦잠을 잔다고 생각한 그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침실은 텅 비어 있었다.
창문과 커튼이 열려 있고 햇살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어 모든 것이 따뜻하고 포근한 것처럼 보였지만, 이런 아늑한 환경에서 가장 있어야 할 사람이 사라졌다.
안유정이 없다.
백승우는 무의식적으로 살펴보다가 화장대 앞에 안유정이 자신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 적힌 편지 한 통이 상자 밑에 눌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난 임진희랑 네 사이 다 알고 있어. 떠날 거니까 찾지 마.]
앞뒤 설명도 없이 그렇게 홀연히 오랜 세월의 관계를 끝내버렸다.
이미 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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