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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남자친구의 어떤 능력이 워낙 남달랐던 탓에 우리는 매번 사랑을 나눌 때마다 새로운 방식을 찾아 헤매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남자친구는 결혼 이야기를 꺼내며 나를 달래곤 했다. “우리 졸업하면 바로 결혼하자.” 이런 속삭임을 나는 진심으로 믿었다. 그래서 나는 필사적으로 학점을 채우며 조기 졸업을 하려 애썼고 밤이면 남몰래 온갖 자료들을 찾아보며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일에 몰두했다. 오직 그의 몸이 만족하기만을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다 어느 날, 너무 늦게까지 공부한 탓에 통금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허겁지겁 그를 찾아 클럽으로 갔을 때 나는 뜻하지 않게 그와 친구들의 한가로운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시안이 형, 형 여자친구 정말 그렇게까지 화끈합니까?” “거짓말일 리가 있나. 이거 다 시안이 형이 손수 길들인 거라니까.” “그럼, 임설아는요?” 김시안은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눈빛이 한순간 부드러워졌다. “설아는 달라. 순수하거든.” 바로 그 순간부터 나는 김시안을 미워하기 시작했다. 학교로 돌아온 나는 곧장 교수님께 전화를 걸었다.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던 그 비밀 프로젝트, 저 신청하고 싶습니다.” 이제부터 나의 일생은 오직 나라만을 위할 것이다. “교수님, 예전에 말씀하셨던 그 성광 프로젝트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교수님은 놀란 듯 잠시 멈칫하셨다. “정말로 괜찮겠니? 성광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바깥사람들과 연락하는 것도 최소한 5년은 지나야 할 텐데. 지난번에는 졸업하고 남자친구와 결혼할 거라고 거절했잖니.” 나는 거울 앞에 서서 온몸에 촘촘히 남겨진 그 흐릿한 흔적들 위로 손을 댔고 입가에 걸린 미소는 쓰라렸다. “결혼 안 합니다. 이제는 오직 나라에 봉사하고 싶을 뿐입니다.” 내 태도가 단호했기에 교수님은 더 이상 만류하지 않으셨고 다만 당부하셨다. “연구 기지로 떠날 차는 사흘 뒤에 출발할 거다. 그 며칠 동안은 남자친구와 잘 작별 인사를 나누렴.” “그래도 너희 둘은 약혼까지 하지 않았니.” 나는 ‘네’하고 짧게 대답하고는 고개를 숙여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내려다보았다. 눈시울이 시큰했다. 그렇다, 우리는 약혼 했다. 생각에 잠겨 있는데 휴대전화가 울렸고 김시안의 메시지였다. [왜 답장이 없어? 나와서 나랑 같이 있어줘.] 김시안이 보낸 주소는 조금 전 내가 다녀온 바로 그 클럽이었다. 서둘러 답장하는 대신에 나는 컴퓨터를 켜고 신청서를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모든 것이 확실해진 후에야 약속 장소로 향했다. “왜 이렇게 늦었어?” 김시안은 소파에 나른하게 기대어 앉아 있었고 내가 늦은 것에 대해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다. “택시가 잘 안 잡혀서 좀 늦었어.” 나는 아무렇게나 변명을 둘러대고는 김시안의 옆에 앉으려 했지만 김시안은 내 허리를 끌어당기며 경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어나. 거긴 네 자리가 아니야.” 김시안의 그 말은 일종의 스위치였던 것처럼 주변 사람들을 일제히 웃게했다. “맞아요, 형수님. 거긴 형수님 자리가 아니죠.” 김시안의 죽마고우가 제일 먼저 입을 열었고 얼굴에는 희롱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어떻게 소파에 앉으실 수가 있어요? 당연히 시안이 형 무릎 위에 앉으셔야죠.” 다른 사람들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놀렸다. “맞아요, 맞아요. 형수님도 보시다시피 우리 모두 파트너는 무릎에 앉히잖아요.” 나는 눈을 들어 그들을 바라보았고 그들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그 자리에 있던 남자 중 몇몇은 옷차림이 노출 심한 여자들을 무릎 위에 앉히고 있었다. 나의 시선을 알아차린 남자들은 더욱 노골적인 행동을 취했고 억눌린 듯하거나 갑자기 터져 나오는 숨소리가 방 전체로 퍼졌다. 김시안의 친구는 무릎 위의 여자를 느슨하게 감싼 채 나를 힐끗 바라보았다. “형수님도 구경만 하지 마시고 우리 시안이 형 좀 챙겨주세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가슴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여자들을 알아보았다. 그들은 이 클럽에서 유명한 유흥업소 여성이었다. 그리고 나는 김시안의 약혼녀였다.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손가락 위의 약혼반지를 만지작거리며 나는 줄곧 말이 없던 김시안에게 시선을 돌렸다. 나는 김시안이 말을 꺼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시안은 나를 보지 않고 술잔에만 집중했는데 마치 그들의 말 속에 담긴 조롱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 같았다. 방 안이 완전히 조용해지고 나서야 김시안은 마지못해 나에게 손을 내밀며 건성으로 위로했다. “다들 농담하는 거야, 마음에 담아두지 마.” 내가 여전히 말이 없자, 그제야 김시안은 좀 더 진지해진 듯 다른 이들에게 타격 없는 꾸지람 몇 마디를 던지고는 나를 끌어당겨 옆에 앉혔다. “됐지, 화 풀어. 다음번엔 내가 저들에게 경고할게.” 분위기는 다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김시안의 품에 기대어 앉아 어떻게 그와 헤어져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클럽 문이 밀쳐 열렸다. 하얀 원피스를 입은 임설아가 걸어 들어왔다. “시안 오빠?” 거의 동시에 모두가 무릎 위의 여자들을 밀어내고 황급히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김시안도 마찬가지였다. 김시안은 나를 옆으로 밀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임설아에게 다가갔고 임설아의 눈을 가려주며 목소리가 더없이 부드러워졌다. “설아야, 착하지. 조금만 기다려.” 그러고는 다른 사람들을 향해 경고하듯 눈빛을 보냈다. “이 사람들 당장 데리고 나가지 않고 뭐 해. 설아 눈 더럽히지 말고.” 사람들은 서둘러 일어나 창문을 열고 여자들을 밖으로 내보내느라 분주했다. 심지어 어떤 이는 조명을 켜 방 전체를 환하게 비추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 마음속의 어둠까지 밝혀줄 수는 없었다. ‘아, 김시안이 누군가를 진정으로 아낄 때는 바로 이런 모습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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