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나의 나날은 마침내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일이 많지 않을 때는 나는 아버지 주석진을 찾아뵙곤 했다.
국가가 지난 세월 동안 내가 이룬 뛰어난 공헌에 보답하고자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에 친아버지의 행방을 찾아주었다.
그제야 나는 아버지께서 예전에 내가 곤경에 처했을 때 도와주셨던 그 마음씨 좋은 사업가였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행운이나 인연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 법이라 했다.
나는 내가 이룬 일이나 되찾은 가족 모두 차마 돌아볼 수 없었던 그 2년에 대해 하늘이 내려준 가장 좋은 보상이라 여겼다.
아버지께서는 요즈음 자꾸 김시안 이야기를 꺼내셨다.
처음에는 그저 내가 겪었던 일에 대한 연민 때문에 나를 괴롭혔던 그 파렴치한 자식을 번번이 떠올리시는 줄로만 알았다.
사실 김시안이 온갖 수단으로 나를 괴롭히려 했을 때 그를 내쫓아 더 이상 시달리지 않게 해준 분도 아버지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하셨다.
최근 김시안에 대한 새로운 소식을 또 들으셨다는 것이다.
“너 그때 기억하니? 그가 너를 버려두고 연약한 척 교태 부리던 그 여자와 떠났던 일 말이다.”
나는 잔잔히 미소 지으며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 말했다.
“기억해요. 이제는 꺼내지 않으려고요.”
아버지는 문득 비웃듯 웃음을 터뜨리셨다.
“그 여자가 버림받은 후에 김시안을 다시 잡으려고 그만 과도한 양의 최음제를 먹였다더구나.”
“그러고는 그날 밤 술에 잔뜩 취해 그 임설아가 클럽에서 여자들을 몇 명 불러 김시안과 놀게 했는데 결국 그날 밤 김시안이 병원에 실려 갔다는군.”
“내 듣기로는 이제 영영 폐인이 되었다지. 자기 여자한테 당해서 침대에 누워 있다니, 그것이야말로 인과응보 아니겠느냐.”
사실 나는 임설아를 더 이상 미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몹시 가엽게 느껴졌다.
김시안 같은 인간 곁에 머문다는 것을.
더 빨리 알아보고 떠날수록 좋았을 것이다.
김시안의 곁에 머물렀던 매 순간은 삶을 낭비하는 일이었다.
그가 자신과 결혼해 줄 것이라 믿었던 것은 더할 나위 없이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