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하지만 내가 이 모든 것을 알게 된 것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의 일이었다.
나는 이번 생에서 김시안이라는 사람과는 다시는 엮이지 않으리라 여겼다.
떠나기 전 나는 학교와 팀과 함께 비밀 프로젝트에 서명했으므로 상식적으로는 김시안이 아무리 수완이 좋다 한들 나를 찾아낼 수는 없을 터였다.
실제로도 그러했다.
김시안을 떠나 연구에 몰입한 뒤에야 나는 이 세상에 사랑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순수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시안에 관한 모든 것, 그가 내게 가르쳐주었던 침대 위에서 남자를 기쁘게 하기 위한 여자의 모든 기술까지도 내 안에서 완전히 옅어져 사라졌다.
물론 그 사람 자체도 마찬가지였다.
교수님께서 해외 학술 연구회에 참석하셨을 때 내게 김시안의 소식을 전해주셨다.
“네가 떠난 뒤로 김시안이 학교를 온통 뒤집어 놓았더구나. 네가 떠난다고 말하지 않았니?”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제 일은, 제가 스스로 결정하면 되는 일이니까요.”
교수님은 나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셨다.
“네가 떠난 후에 한동안 풀이 죽어 지냈다더구나. 네가 떠난 것이 그에게 정말 큰 충격이었나 봐.”
나는 잠시 침묵했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지고지순한 남자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줄 생각은 없니?”
깊은 애정을 가장하여 명성을 얻는 일을 누가 못 하겠는가.
김시안의 악랄함과 이기심은 내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저는 그 사람과 이미 끝났어요.”
어차피 나는 이 한 몸 국가에 바치기로 이미 마음먹었으니 영원히 돌아보는 날은 없을 것이다.
교수님은 김시안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내가 5년 비밀 프로젝트에 서명했다는 사실을 그에게 말해주었다고 했다.
“김시안이 네가 마음을 바꿀 때까지 계속 기다리겠다고 하더구나.”
나는 웃으며 말했다.
“교수님, 염려 마세요. 5년 뒤 제가 돌아갈 즈음이면 김시안의 전 여자들은 아마 연구팀 동료들보다 더 많을 겁니다.”
교수님은 잠시 멈칫하셨다가 무언가를 깨달으신 듯이 웃으시며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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