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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나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평소 뒤에서 나를 조롱할 때는 한 번도 내 기분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그들이었다. 게다가 나는 먼저 그들을 괴롭힌 적이 없었기에 이 일에서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자 그들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는지 일단 방에서 나갔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을 본 순간 나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얼른 전화를 받았다. “고인우?” 내가 그의 이름을 부르자 그가 멈칫하더니 말했다. “아직 별장이야?” “응. 나가지 못하게 해.” “그럴 줄 알았어.” 내 말에 고인우가 별다른 감정이 섞이지 않은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조민서 생일인데 갈 거야?” “거기를 내가 왜 가.” 나는 고인우의 질문이 우스워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원수를 덕으로 갚는 사람이 아니야.” “가는 게 좋을걸?” 그는 또 술을 마시는 것 같았다. 이는 술잔을 부딪치는 소리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왜?”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박윤성의 외도에도 나는 끄떡없다는 걸 모든 사람에게 알려야 해? 비록 아무 감정이 없는 건 맞지만 나도 체면이라는 게 있잖아.” 내 말을 들은 고인우가 한참 침묵했다. 고인우가 다른 걸 물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예상치도 못한 질문이 날아왔다. “정말 아무 감정도 없어?” “이제 대답하기도 귀찮아.” 나는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나 요새 얼마나 변했는지 몰라? 너 설마 내가 관심 끌려고 그랬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 “그건 아니야.” 고인우가 가볍게 웃었다. “난 그저 네가 정말 이혼을 꺼낼 줄은 몰랐지.” “그러면 지금까지 내가 한 말에 그냥 영혼 없이 맞춰준 거야?” 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를 얼마나 모자라게 생각했으면 박윤성이 나를 그렇게 대하는데도 내가 내려놓지 못할 거라 생각한 거야?” 고인우의 말투에서는 미안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너 예전에 하는 거 보면 이렇게 생각하는 게 오히려 정상 아니야?” 나는 짜증이 치밀어올라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아무튼 나는 절대 안 가.”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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