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4화
그 생각이 미치자 내 감정은 한순간에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숨길 일 같은 건 없어. 내가 뭘 하든 네 코앞에서 하는데, 뭘 숨기겠어?”
나는 차갑게 쏘아붙였다.
박윤성은 아무 말 없이 여전히 그 꿰뚫어 보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의 손에 잡힌 팔목이 아파서 나는 그의 가슴팍을 밀쳤다.
“놓으라고 했잖아!”
“내가 묻는 건, 대체 왜 이 문신을 잊은 척하냐는 거야.”
그는 내 어깨에 새겨진 문신 위에 손가락을 갖다 대더니, 꾹꾹 힘주어 문질렀다.
거친 손끝에 얇게 맺힌 굳은살이 피부를 쓸고 지나가자 전율 같은 소름이 온몸을 훑었다.
숨을 깊이 들이켰지만 다리가 풀려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았다.
박윤성은 허리를 감싸안고 나를 붙잡아 간신히 서 있게 했다.
“대답해.”
“잊은 게 아니야! 그냥 기억하고 싶지 않은 거라고!”
나는 눈을 부릅뜨고 소리를 질렀다.
“말했잖아! 나 너랑 이혼하고 싶다고! 너한테는 아무 감정도 없어. 그런데 왜 네 이름이 새겨진 문신을 기억해야 해? 언젠가는 이거 지워버릴 건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윤성은 갑자기 내 입술을 물어버렸다.
박윤성의 눈에는 분노가 일렁였고 나는 처음으로 그의 눈빛에서 나를 집어삼킬 듯한 격렬한 화를 느꼈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윽박지르듯 말했다.
“어디 한번 그러기만 해 봐.”
“왜 내가 못 할 거라고 생각해? 이건 내 몸이야. 내 문신이라고! 내가 지우겠다는데, 너랑 무슨 상관인데!”
박윤성은 대답하지 않고 손끝으로 내 입가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의 눈빛은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오래도록 내 얼굴을 들여다봤다.
“알고 있어? 넌 거짓말할 때마다 목소리가 커져.”
“그럴 리가 없어! 거짓말하지 마!”
나는 무의식중에 목소리를 한층 높이며 소리쳤다.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다 아는 척하지 마!”
박윤성은 묵묵히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 시선이 너무 깊고 무거워 나도 모르게 숨이 막혔다.
그제야 깨달았다. 방금 내가 정말 큰 소리로 그에게 반박했다는걸.
나는 급히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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