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9화
박윤성과 나는 아무리 봐도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 부부 같지 않았다.
혹시 임신해서 어쩔 수 없이 결혼이라도 한 걸까?
하지만 우리는 아이도 없었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더 이상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리고 힘없이 말했다.
“이제 그만할래. 더는 이렇게 힘들고 싶지 않아. 너랑 결혼한 몇 년 동안 나에겐 행복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었어. 남은 건 상처와 고통뿐이었어.”
비록 스물다섯 살의 송지연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의 나는 이 결혼에서 느껴지는 건 숨 막히는 답답함과 쓰라림뿐이었다.
차라리 모든 걸 끝내고 싶었다. 그렇게까지 절망하지 않았다면 내가 손목을 그으며 죽으려고 했을 리 없었다.
비록 과거 5년의 기억은 사라졌지만 그 안엔 행복이라곤 전혀 없었을 거라는 건 확신할 수 있었다. 남아 있는 건 상처뿐이었다.
“제발... 나 좀 놓아줘, 박윤성.”
내 떨리는 목소리에 박윤성의 표정이 굳었다.
“네 기억 속에... 우리 사이엔 아픈 기억밖에 없는 거야?”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목울대가 오르내리고 검고 깊은 눈동자에는 균열이 번져갔다.
나는 숨을 고르고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한텐 너랑 함께한 5년이 내 인생에서 가장 괴롭고 후회스러운 시간이었어. 다시 선택할 수만 있다면 널 만나지 않았을 거야. 절대로...”
...
밤은 깊고 어두웠으며 방 안은 너무나 고요했다.
새벽 3시 30분, 눈꺼풀이 무거웠지만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다.
박윤성은 어느새 내 곁을 떠나 있었고 그런 밤은 오히려 편히 잘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눈은 더 말똥해졌다.
결국 나는 침대 위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조금 전, 박윤성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나가는 모습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분명 내가 원했던 일이었는데,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게 비어 있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가슴을 꾹 누르며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살짝 걷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미 떠났을 줄 알았던 박윤성이 건물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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