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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나는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전부 내 진심이었다. 하지만 박윤성은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침묵하던 그는 낮고 쉰 목소리로 겨우 말을 꺼냈다. “네가 그 자식이랑 아무 사이 아니라는 거 알아. 그냥 꼴 보기 싫을 뿐이야.” “뭐가 꼴 보기 싫다는 건데?” 나는 차갑게 되물었다. “그 자식이 너한테 들러붙으려는 게, 그게 싫어.” 그는 갑자기 몸을 숙여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송지연, 제발 그 자식과는 멀리 지내주면 안 돼?” “안 돼.” 나는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인우는 내 친구야.” 나는 흔들림 없이 그를 똑바로 보며 이어갔다. “걔가 나한테 어떤 감정이든 상관없어. 적어도 지금 나를 원하거나 쫓아다니지 않아. 우리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지키고 있어. 오히려 나를 보호하려고 모두에게 날 여동생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이야. 걔가 나한테 잘해주니까, 나도 걔한테 잘할 뿐이야.”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박윤성의 손이 내 허리를 움켜쥐었다. 숨이 막힐 정도로 세차게 조여왔다. “난 너한테 잘해주지 않았어?” 그의 목소리는 서늘하기까지 했다. 나는 코웃음을 흘렸다.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정말로 그가 나를 아꼈다면 내가 왜 손목을 긋고 죽으려 했겠는가. 우리 사이에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박윤성은 나를 꽉 껴안은 채 한동안 꼼짝도 하지 않았다. 숨이 막혀와서 살짝 몸을 밀어냈지만 그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나는 힘을 빼버렸다. 마치 죽어버린 듯 그의 품 안에 가만히 누워버렸다. 아무리 저항해 봤자 소용없었고 차라리 마음속으로 자신을 달래는 게 나았다. 눈을 감고 있는데 몸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내 안의 본능은 그를 두려워하며 긴장하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나 자신을 달래고 있었다. ‘괜찮아. 상관없어. 우린 부부잖아. 이미 여러 번 함께 했을 거고 비록 기억은 없지만 몸은 익숙할 거야. 그냥 개한테 한 번 물린 거라고 생각하자...’ 나는 그런 생각들을 끊임없이 되뇌었다. ‘그래, 별일 아니야. 그냥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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