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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나는 소은하의 이마를 톡 건드렸다. “너 나 엄청 좋아하잖아. 아니었으면 이렇게 먼저 달려들 리가 없지! 내가 기억 잃고 아무것도 없을 때도 옆에 있어 줬잖아. 그래도 그게 사랑이 아니라고 할 거야?” 소은하는 눈을 흘기더니 잠시 후 작게 중얼거렸다. “알면 됐어.” 그녀의 목소리는 허공을 떠도는 듯 묘하게 떨려 있었다. “너 결혼할 때,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하, 됐어. 이런 얘기 해서 뭐 하겠어...” 그녀는 내 얼굴을 빤히 보더니, 코끝을 살짝 들이대며 냄새를 맡았다. “뭐야, 왜 강아지처럼 킁킁대?”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소은하는 뭔가 화난 듯 말했다. “나 다 알고 있어! 너 그날 조민서 생일 파티 갔었지? 그것도 모자라 고인우가 사람들 앞에서 네가 자기 의남매라고 했다며! 게다가 고윤정이랑도 자매처럼 친하다면서! 그게 다 무슨 소리야?” 순간 그녀가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이해가 안 됐다. 고인우가 나를 여동생이라고 선언한 걸 몰라서 화난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헷갈렸다. 나는 일단 어물쩍 대답했다. “나도 그때 어리둥절했어. 고인우가 갑자기 그렇게 얘기해서 나도 무척 당황했어.” “내가 화난 건 그게 아니야!” 소은하는 내 말을 끊더니 내 뺨을 꽉 꼬집었다. “너랑 고윤정, 알게 된 지 얼마나 됐다고 자매처럼 친하대? 그게 말이 돼?” ‘아... 고윤정 때문에 질투하는 거였구나.’ 나는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알았어, 이제 화 풀어. 고인우가 그냥 분위기상 한 말이야. 내가 고윤정이랑 친하다고 해도 너랑 나 사이만 하겠어?” 하지만 소은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믿지 않는 표정이었다. 점점 진짜로 화가 난 듯했다. “넌 늘 이렇게 말로만 나 달래잖아. 예전에도 나한테 세상에서 제일 소중하다고 해놓고 결국 결혼하고 나서는 나 혼자 참고 견디라고 했잖아! 네가 박윤성이랑 살면서 우린 점점 멀어졌고...” 그러다 그녀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입을 다물었다. “됐다, 그만하자. 지난 일 얘기해 봐야 기분만 더럽잖아.”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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