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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나는 그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등 뒤에서 이현수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달려봐! 어차피 도망 못 가! 내 친구들이 길 건너에서 기다리고 있어. 네가 거기로 뛰어봐야 잡히게 돼 있어!” 그 말에 심장이 쿵 하고 가라앉았다. 나는 급히 휴대폰을 꺼내 112에 전화하려 했지만 이현수가 나보다 한발 빨랐다. 그는 재빨리 내 곁으로 달려와 휴대폰을 낚아채더니 그대로 바닥에 내던졌다. 휴대폰은 처참하게 부서져 산산조각이 났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대로 잡히면 끝장이라는 공포가 머리를 스쳤다. 나는 그가 한눈파는 틈을 타 가방을 그의 얼굴에 내던지고는 전력질주했다. 몇 초도 안 돼 골목 끝에 다다랐고 밖으로 나오자 한적한 도로가 펼쳐졌다. 길에는 고급 승용차 두 대가 멈춰 있었다. 나는 그 차들이 이현수의 일행일 거라고 생각해 방향을 틀어 달리려 했다. 그때 한 남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박윤성이었다. 만약 그 순간 내가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알 수 있었다면... 아마 그때 이미 내가 그에게 한눈에 반했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학교 내에서 전설처럼 불리던 남자. 수많은 여학생이 동경하던 이름. 나 역시 멀리서 본 적은 있었지만 그저 잘생겼다는 것만 알았다. 하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마주하니 단순히 잘생겼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박윤성의 몸짓 하나, 눈길 하나까지도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강렬한 아우라가 있었다. 나는 숨이 넘어갈 듯 헐떡이며 그에게 달려갔다. 박윤성은 방금 막 차에서 내려 문에 기대어 있었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내가 다급하게 달려오자 시선이 내 쪽으로 향했다. 차가운 눈빛, 냉정하고 무심한 표정. “무슨 일이야?” 내가 박윤성 앞에 멈춰 서자 그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와 이현수가 절대 한패가 아니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그는 그런 더러운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단번에 느꼈다. 숨이 턱끝까지 차오른 나는 그를 향해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뒤에서 누가 쫓아오고 있어요. 잠깐만 숨을 수 있게 도와줄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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