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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어쩌면 그 한순간의 시선이, 그 한 번의 눈 맞춤이 나를 평생 묶어버린 걸지도 몰랐다. 그날 이후 나는 그를 몰래 좋아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박윤성은 모두가 말하던 대로 차갑고 냉정했다. 하지만 그날 내가 본 그는 비록 까칠하고 불친절했지만 결코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데 몇 년 후 내가 그와 결혼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자 내가 알고 있던 그의 모습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다행이었다. 그때의 나는 단순히 그가 멋있다고 느끼고 호감이 있었을 뿐, 사랑에 빠진 건 아니었으니까. 왜냐하면 그는 내가 순수하게 사랑하기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내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있자 박윤성이 나를 툭 잡아당기며 눈을 마주쳤다. “왜 가만히 있어?” “아무것도 아냐.” 나는 겨우 마음을 다잡고 차오르는 옛 기억과 감정을 억눌렀다. 속으로는 후회가 치밀었다. 왜 기억을 잃었으면서 박윤성에 대한 기억만큼은 남겨둔 걸까? 차라리 그조차 싹 지워졌다면 이렇게 마음이 휘둘리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다. 나는 숨을 길게 들이쉬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 “분명히 말해둘게. 앞으로 나랑 이 자식은 같은 하늘 아래 있을 수 없어. 내가 사는 한 이 자식은 절대 편하게 살지 못할 거야!” 그제야 조민서가 더는 참지 못하고 내 앞에 뛰어들었다. “지연 씨, 진짜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 현수 내 친구예요! 예전엔 아무 말도 안 하더니, 내가 얘 데리고 나타나니까 갑자기 난리 치는 거잖아요. 나한테 앙심 품고 일부러 이러는 거죠?” 나는 그녀를 홱 밀쳐내며 짜증이 극에 달한 표정으로 노려봤다. “네가 뭐라고 내가 너 따위 신경 써야 해? 너야말로 지금 당장 박윤성 옆자리 차지하든 말든 상관없어. 하지만 이 자식만은...” 나는 이현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를 악물었다. “반드시 죗값을 치르게 할 거야.” 그동안 나는 그를 붙잡을 방법이 없었다. 이 일을 끝까지 파헤치고 싶어도 그는 학교를 떠나버렸고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지금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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