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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조민서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억울한 표정으로 박윤성을 바라보았다. “오빠...” 박윤성은 이마 한쪽을 짚더니 얼굴을 굳힌 채 차갑게 말했다. “그만 데리고 나가.” 조민서는 입을 열었다가 다물며 억울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흘겨보았다. 하지만 박윤성이 전혀 감싸줄 기색이 없자 어쩔 수 없이 이현수를 데리고 사무실에서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울리자마자 나는 손을 뻗어 문손잡이를 잡았다. 하지만 박윤성이 나보다 먼저 문을 막고 문을 잠가버렸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나는 홱 돌아서며 그의 어깨를 세차게 쳤다. 눈에는 화가 가득 차 있었고 목소리는 이미 떨리고 있었다. “박윤성! 너도 이현수랑 한패였어? 처음부터 그 자식 감싸려고 한 거지? 내 말을 믿을 생각은 애초에 없었던 거잖아!” 분노가 한계에 다다른 나는 이성을 잃고 소리 질렀다. 그러자 박윤성은 숨을 고르듯 내 어깨를 잡고 나를 힘껏 끌어안았다. 긴 침묵 끝에 그는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안 믿는 게 아니야. 다만...” 그는 말끝을 흐리고 내 호흡이 조금 진정되기를 기다리더니 무겁게 말을 이었다. “나랑 조민서는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야.” 그는 이미 수없이 했을 법한 그 말을 또박또박 반복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우린 단순한 남매 같은 관계였을 뿐이야.”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박윤성은 내 얼굴을 감싸고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너는 쓸데없이 조민서만 신경 쓰고 있어. 조민서는 애초에 네 상대가 되지 않아.” 박윤성이 이런 말을 길게 늘어놓는 건 처음이었다. 스물다섯 살의 송지연은 아마 그가 이렇게까지 설명해 주기만 해도 기쁨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게 전혀 필요 없었다. 이미 다 지나간 감정이었고 이제 와서 뭘 해도 달라질 건 없었으니까. 나는 그의 손을 매정하게 밀어냈다. “너희 둘이 어떤 관계든 상관없어. 하지만 이현수는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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