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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나는 박윤성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이제 더는 그 자식한테 시비 걸지 않을 거야.” 박윤성은 내 볼을 살짝 어루만지며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송지연, 난 그 뜻이 아니야.” 나는 그의 손을 확 뿌리치며 거리를 벌렸다. “앞으로 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괴롭히든, 예전에 나를 어떻게 상처 줬든, 이젠 다 신경 쓰지 않을 거야.” 그리고 그를 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너랑 함께 있다는 건 모든 사람이 나를 마음껏 짓밟을 수 있다는 뜻이니까.” 박윤성의 표정은 단숨에 어두워졌다. 그의 눈동자에는 무슨 감정인지 알 수 없는 먹구름이 어렸다. 목소리는 낮고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나랑 함께 있는 게... 그렇게 힘들어?” “맞아, 너무 힘들어.” 내 목소리는 담담하기 그지없었다. “이건 고통 그 자체야. 다들 내가 너한테 그저 껍데기뿐인 존재라는 걸 알고 있어. 필요 없으면 언제든 버릴 수 있는 애완동물 같아. 누가 내 머리를 밟고 지나가도 넌 조민서 얼굴 봐서라도 대충 넘어갈 거잖아. 내가 뭘 더 기대하겠어?” 나는 그의 손을 떨치고 돌아서 걸음을 옮겼다. 이번엔 그가 나를 불러 세우지 않았다. 사무실 문을 나서자마자 소은하가 급히 달려왔다. “지연아, 괜찮아?”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오히려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는 그녀의 손을 꽉 붙잡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우린 눈을 맞췄고 서로의 눈동자에서 숨겨온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오랜 침묵 끝에 소은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 다 봤어...” “뭘 봤는데?” “아까... 이현수랑 조민서가 같이 나가는 거.” 나는 그녀를 와락 끌어안아 등을 토닥였다. “미안해. 끝내 네 원한을 풀어주지 못해서.” “그만해, 넌 충분히 잘했어.” 소은하는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연아, 너무 자책하지 마. 잘못한 사람은 너 아니잖아.” 맞다. 잘못한 사람은 나도 소은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상처받은 건 결국 그녀였다. 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고 소은하는 조용히 내 품에 기댔다.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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