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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고인우는 인내심이 바닥난 듯 냉정하게 말했다. “내가 송지연이 아직 이혼 안 한 거 모를까 봐 그래? 네가 상기시켜 줄 필요 없어. 보아하니 정말 여기서 일하기 싫은 모양이네. 당장 재무팀 가서 급여 정산하고 나가.” “그만해.” 나는 고인우의 팔을 붙잡고 하트를 힐끗 바라보았다. “뭐든 삼세번이라고 하잖아.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 해고해도 늦지 않아.” 내 말을 들은 하트는 오히려 분노에 찬 눈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지금 저 동정하시는 건가요? 굳이 저를 위하는 척하실 필요 없어요!” “내가 지금 그쪽을 위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하세요?” 나는 담담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너무 대단하다고 착각하지 마세요. 나는 단지 여기 올 때마다 이런 소란을 보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나도 피곤하거든요.” 하트는 예상치 못한 내 직설적인 말에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 “나랑 잠깐 이야기할 수 있어요?” 하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녀의 팔을 잡아끌어 복도 바깥으로 데리고 나갔다. 둘만 남자마자 하트는 내 손을 확 떼어내며 날카롭게 말했다. “할 말 있으면 해요. 어차피 사장님도 없으니까, 당신이 쓰고 있는 그 가식적인 가면도 필요 없잖아요?” 나는 흥미롭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내가 가식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내가 보기엔 그쪽은 나를 여우짓 하는 여자쯤으로 보는 것 같네요?” “맞아요! 당신은 여우 중에서도 상종 못 할 여우예요!” 하트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왜 자꾸 사장님 주변을 맴도는 거예요? 이미 결혼까지 한 유부녀잖아요! 박윤성 씨랑 사이가 안 좋다고 다른 사람까지 끌어들이면 안 되잖아요!” 그녀의 말에 내 시선이 서서히 식어갔다. 나는 몸을 돌려 베란다 난간에 손을 올린 채 멀리 바라봤다. “그쪽 말이 맞아요. 변명할 여지가 없어요.” 하트는 눈을 크게 떴다. “인정하는 거예요? 결국 사장님을 이용하고 있다는걸?” “이용이라기보단 서로 필요에 따라 협력하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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