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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나는 결코 악랄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예전의 스물다섯 살 송지연도 아니다. 그때는 항상 눈치를 보고 남한테 상처 줄까 봐 두려워하며 스스로에게 상처 주길 마다하지 않았다. 나는 차갑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하트를 바라보았다. “그동안 내가 겪은 고통은 충분해요. 이 진흙탕에서 빠져나올 수만 있다면, 어떤 대가라도 치를 거예요.” 하트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고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점점 복잡해졌다. “송지연 씨...” “내가 왜요?” “많이 변했어요.” 하트는 확신이 없는 듯 중얼거렸다. “예전의 송지연 씨랑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그래요?” 나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좋은 쪽으로 변했길 바랄 뿐이에요.” 하트는 뭔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였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그녀가 내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는 걸 알았다. 그렇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었다. 내 입장은 이미 분명했고 그녀는 똑똑한 사람이니까 내 의도를 이해했을 것이다.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고인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뭐라고 한 거야?” 그는 내게 다가와 나란히 걸으며 물었다. “별 얘기 아니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몇 마디 했을 뿐이야.” “방금 하트 내려올 때 표정이 완전 얼음장이더라? 설마 협박이라도 한 거 아니야?” 그가 장난스러운 어조로 말하자 나는 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네 생각엔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하는데?” “글쎄.” 고인우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진지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혹시 무슨 말을 꺼내려나 싶어 나는 급히 고개를 떨궜다. “나 이제 호텔 알아봐야 해서 방해 안 하고 이만 갈게.” “잠깐만.” 고인우가 내 손목을 붙잡았다. “왜 그래?” 나는 돌아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고인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억지로 담담한 척하며 말했다. “우리 부모님이 너 보고 싶어 하셔.” “뭐?” 나는 깜짝 놀라 목소리가 커졌다. ... 고씨 가문 저택. 처음 오는 건 아니었지만 이런 신분으로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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