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4화
“난 그런 말 한 적 없어.”
박윤성이 인상을 찌푸리며 내 말을 끊었다.
“질투가 많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뿐이었어. 난 걔한테 단 한 번도 다른 감정 가져본 적 없어.”
“정말 그랬을까?”
나는 그의 손을 매몰차게 뿌리쳤다.
“그날 수영장 옆에서 조민서가 날 밀었어. 눈 똑바로 뜨고 보라더라. 자긴 누굴 구해줄지 안다고. 그리고 넌 진짜 조민서를 구했지. 이 상황에서 내가 뭘 더 듣고 이해해 줘야 해?”
박윤성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놀란 것 같기도, 분노한 것 같기도 했다.
“왜... 왜 나한텐 말하지 않았어?”
“내가 왜 말해야 해?”
나는 지친 듯 어깨를 떨구며 시선을 피했다.
박윤성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뭔가를 참는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낮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지연아, 네가 기억을 잃어서 지금은 내 말을 믿지 못하겠지만 언젠가 기억이 돌아오면 그땐 굳이 이런 설명 안 해도 알 거야.”
나는 코웃음을 쳤다. 더는 그의 말에 대응할 힘도 없었다.
그가 한동안 침묵하다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진짜... 단 하나도 기억 안 나?”
이토록 오랫동안 내가 기억을 잃고 있었는데, 그조차 눈치채지 못했다는 게 어쩌면 본인도 이상했을 것이다.
나는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
“사실 나 기억 잃지 않았어, 박윤성. 전부 다 기억나. 그런데 네가 너무 역겨워서 너랑은 도저히 더 못 살겠으니까 이혼하려는 거야. 이 정도면 충분해?”
그의 입꼬리가 딱딱하게 굳었고 얼굴빛이 새하얘졌다.
잠시 후, 그는 짧게 말했다.
“일단 검사부터 해. 의사가 괜찮다고 하면 나랑 집에 가자.”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나 이사할 거야. 따로 나가서 살 거라고.”
그가 바로 거절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해. 내가 준비할게.”
“네가 마련한 단궁 같은 데는 필요 없어. 나 혼자 구해서 들어갈 거니까, 끼어들지 마.”
박윤성은 다소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어. 네가 원하는 대로 해.”
그제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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