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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내가 이미 마음을 정한 걸 본 소은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물었다. “금고 안에 있는데 비밀번호는 알아?”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일단 한번 찍어볼게.” 익숙한 습관처럼 내 생일을 입력했는데 놀랍게도 금고 문이 바로 열려버리자 나는 순간 멈칫한 채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 ‘정말 내 생일이었다니...’ 그 몇 해의 기억은 나에겐 온통 공백이었고 박윤성과 어떤 관계였는지도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기억나는 건 깨어난 이후의 일들뿐이었는데 그의 태도를 보면 나에 대한 사랑은 단 한 줌도 없는 듯했고 나와 조민서 사이에서 매번 주저 없이 조민서를 선택했다. 하지만 일상 속 자잘한 흔적들이 나와 박윤성 사이가 단순히 감정 없는 부부는 아니었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순간들은 꽤 달콤했던 것 같다. 의문은 점점 짙어졌지만 소은하에게 물어본다고 해서 시원한 답이 나올 리도 없었다.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사이는 냉각됐고 연락도 끊겼으니까. 결국 나는 어렴풋이 남아 있는 단서들을 붙잡고 그 결혼의 진실을 스스로 파헤칠 수밖에 없었다. 금고를 열자 그 안에는 분홍빛 유리병 하나가 조용히 놓여 있었다. 주변에 빼곡하게 늘어선 화려한 술병들 사이에서 이 병은 유난히 깨끗하고 맑아 보였고 투명한 병 안에서 은은하게 퍼져 나오는 분홍색 빛은 정말 고왔다. “이래서 첫사랑이란 이름이 붙었구나...” 나도 모르게 감탄이 흘러나왔다. “비주얼만 봐도 이름값은 하네.” 소은하가 내 옆에서 잘 어울릴 만한 술 몇 병을 골라줬고 우리는 나무 선물 상자에 술을 담아 별장을 나섰다. ... 마이홈. 나는 바깥에서 간판을 올려다보며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 해성시에서 제일 큰 바가 고인우 소유라는 얘긴 들었지만 이름이 마이홈일 줄은 몰랐다. 내가 어리둥절해하자 소은하가 물었다. “왜 그래? 들어가자.” “이 이름 누가 지은 거야?” “네가.” 소은하가 어이없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그것도 기억 안 나?” “내가 지었다고?” 나는 눈이 동그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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