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화
고인우가 이렇게까지 노골적이니 나도 더는 숨길 수 없었다.
“부탁 하나 할게.”
내가 그의 앞에 앉아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내자 고인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나를 바라봤다.
“내가 얻는 건 뭔데?”
나도 그의 말투를 흉내 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아무런 이득도 없이 내가 널 찾았을 것 같아?”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혀끝으로 이를 한번 짚고 입꼬리를 씩 올렸다.
“송지연, 지금 나 따라 하는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흉내 못 낼 것도 없잖아?”
“못 낼 건 없지.”
그는 콧소리 섞인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근데 수업료는 받아야겠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유리 테이블 위에 두 팔을 짚고 천천히 그에게 몸을 가까이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여유만만하던 고인우는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버리더니 숨조차 멈춘 듯했고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점점 깊어졌다.
내가 허리를 굽혀 그와 눈높이를 맞추자 고인우는 긴장한 듯 몸을 쭉 펴더니 뭔가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 모습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고인우, 너 설마 처음이야?”
그 말에 고인우의 얼굴이 확 붉어지더니 곧장 불쾌하게 일그러졌다.
“무슨 헛소리야!”
나는 손목을 주물러가며 그가 부끄러움에 화를 내는 걸 지켜봤는데 꽤 재미있었다.
박윤성과 결혼하기 전까지 연애 한 번 제대로 해본 적 없지만 이론은 누구보다 탄탄했으니까.
“협력할래?”
내가 허리를 펴고 그를 향해 웃어 보이자 고인우는 셔츠 깃을 잡아당기며 나를 슬쩍 훑어봤다.
“좋지. 좋은 술 몇 병 있지? 전부 받아 갈게.”
“첫사랑 같은 좋은 술로도 모자라?”
“좋은 술은 많을수록 좋은 법이지.”
그는 다시 자신만만한 얼굴로 돌아가 말했다.
“나 클럽 하는 사람이야. 유명한 술이 많을수록 장사엔 이득이거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 도와주기만 하면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거야.”
고인우는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원래는 너 안 도와주려고 했는데 첫사랑 덕분에 한번 봐준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안 도와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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