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화
나는 코웃음을 쳤다.
‘내가 그런 구석이 있었나?’
“쓸데없는 소리 말고 술이나 따라.”
나는 박윤성의 싸늘한 눈빛은 아랑곳하지 않고 고인우에게 턱짓을 했다.
고인우는 나와 박윤성을 한 번씩 번갈아 보더니 문득 바 뒤에서 익숙한 나무 상자를 꺼냈다.
“그렇게 마시고 싶으면 좋은 걸로 마셔.”
그가 포장을 풀자 안에서 분홍빛 술병 하나가 드러났다.
조금 전 내가 그에게 선물로 건넸던 첫사랑이었다.
고인우가 이 자리에서 그걸 꺼낼 줄은 몰랐기에 나는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
“어차피 네가 준 거잖아. 너도 아직 안 마셔봤지? 그럼 지금 한 번 맛보게 해줄까?”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내 옆에 앉아 있던 박윤성이 벌떡 일어섰는데 그 순간 주변 공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그가 이렇게까지 격노한 모습을 나는 본 적이 없었다. 그의 눈동자 속에는 먹구름이 몰려있었는데 마치 폭풍을 예고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고인우가 병을 따려는 찰나 박윤성은 한순간에 그의 손목을 낚아챘다. 그 손에 실린 힘이 어찌나 강했던지 박윤성의 팔에 불끈 솟은 핏줄이 선명했고 관자놀이까지 불쑥불쑥 뛰고 있었다.
그는 타오르는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싸늘하게 고인우를 바라보았다.
“이 술이 어디서 났다고?”
고인우는 코웃음 치듯 그를 바라보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잘 못 들었어? 다시 말해줄게. 이 술은 송지연이 나한테 준 거야. 이름은 첫사랑이라고 해.”
그 순간 나는 박윤성의 눈에서 거센 폭풍이 몰아치는 걸 보았다.
만약 눈빛의 살기가 실체를 가질 수 있다면 고인우는 지금쯤 산산조각 나고도 남았을 것이다.
나는 고인우에게 눈짓을 보냈다.
“준 거면 네가 잘 간직하면 되지 왜 그걸 나한테 마시라며 꺼내?”
고인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싶지. 그런데 지금 박윤성 표정 보니까 넌 오늘 그 술 못 마실 것 같아.”
외면하고 싶던 현실을 어쩔 수 없이 정면으로 마주해야 했기에 나는 긴 숨을 내쉬고는 박윤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고인우한테 선물한 거야. 손 놔.”
박윤성의 시선이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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