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화
고인우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혀를 “쯧쯧” 찼다.
“그래? 와, 무섭네. 그래서 날 어떻게 안 봐주겠다는 건데?”
그는 늘 느긋하고 건들거리는 태도였기에 나는 아마 이 세상에 그가 진심으로 마음을 쓰는 일이 별로 없을 거라고 짐작했다.
박윤성의 목소리는 냉랭했다.
“세상 물정 모르고 마음껏 날뛰는 건 네 맘이라지만 네 집안 그 노인네가 과연 참아줄까?”
그 말이 끝나자마자 고인우의 표정이 확 달라졌고 눈빛에 분노가 번뜩였다.
“박윤성, 이건 우리 둘만의 일이야! 다른 사람은 끌어들이지 마!”
“그래? 근데 민서를 끌어들일 땐 그런 생각 안 들었냐?”
“내가 끌어들였다고?”
고인우는 억울함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외쳤다.
“지가 먼저 달려온 거야! 난 그냥 안 맞춰줬을 뿐이라고!”
“그래봤자 소용없어. 민서 지금 다쳤잖아.”
박윤성은 차가운 눈빛을 거두지 않았다.
“기어이 나한테 맞서겠다면 그에 따르는 대가는 치러야지.”
...
병원.
조민서는 안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고 나는 밖에서 심심함을 참으며 앉아 있었는데 당장이라도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박윤성이 왜 굳이 나한테 여기서 기다리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상처를 꿰매줄 수 있는 의사도 아닌데 말이다.
그가 안에서 나올 기미가 안 보이자 난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병원문을 나서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팔이 잡아끌려 그대로 그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
그의 싸늘한 얼굴을 마주하자 나는 참지 못하고 불만을 토해냈다.
“제발 좀 이러지 마. 잡아당기고 끌고 가고, 손목 아프단 말이야!”
박윤성한테 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아직도 난 긴 소매로 손목을 감추는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그곳에는 손목을 그은 깊은 상처가 남아 있었는데 때때로 예고 없이 심장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그건 분명 스물다섯의 송지연이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는 증거였지만 지금의 나는 더는 그 고통 속에 빠져들고 싶지 않았고 그 모든 아픔을 가슴 깊숙이 묻어두고 다시는 세상 밖으로 꺼내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박윤성은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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