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화
비록 등을 돌린 채였지만 나는 등 뒤에서 느껴지는 그 서늘하고 차가운 시선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내 온몸을 꿰뚫을 듯 날카롭고 무거운 시선이었다.
그때 조민서가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윤성 오빠, 지연 씨가 왜 말을 안 하는 거야?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야? 이렇게 사람들이 다 보고 있는데...”
박윤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무표정으로 소은하와 함께 로비 안으로 들어섰는데 로비 중앙에는 두 개의 주석 의자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왼편에 앉아 있는 남자는 정장을 차려입었고 뒤로 넘긴 머리에는 벌써 하얗게 센 부분이 보였다. 금테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매는 날카로우면서도 깊었고 육십이 다 되어 보이는 나이에도 몸가짐이 단정하고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그 옆에는 몸집이 풍만하면서도 우아한 기품을 지닌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단정한 한복을 입고 있어 한눈에 봐도 품격이 느껴지는 분위기였다.
소은하가 내게 조용히 설명을 건넸다.
“왼쪽에 앉은 분이 고인우 아버지야. 지금 상회 회장이시고 옆은 회장 부인 설미정 여사님이셔...”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소은하를 따라 두 사람께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그때 묘하게도 설미정의 시선이 내게 오래 머무는 듯했다.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뭔가를 가늠하고 있는 듯한 눈빛이었다.
곧이어 박윤성이 조민서를 데리고 들어왔고 그 역시 두 사람에게 형식적으로 인사를 건넸으나 표정은 시종일관 냉담하고 무심했다.
다른 사람들은 기회다 싶어 아부를 늘어놓기에 바빴지만 박윤성은 마치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이방인처럼 전혀 섞이지 않았다.
그러나 고준호는 그런 그를 반갑게 맞았고 눈빛엔 환한 기색이 감돌았고 감탄을 숨기지 않았다.
“윤성아, 오랜만이구나.”
그는 한숨을 섞어 말을 이었다.
“원래 다음 상회 때 제대로 이야기 나누려 했는데 이런 자리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구나.”
잠시 뜸을 들이던 고준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가 자식 교육을 제대로 못 시켜서 민서에게 실례를 범했네. 정말 미안하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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