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화
고인우는 지금 첫사랑을 비아냥대고 있었다. 박윤성이 공동 재산을 들먹이며 첫사랑을 고인우에게 주지 못하게 한 것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웃음이 터진 내가 이렇게 말했다.
“참 신선한 발상이네.”
문 앞에 선 고인우의 표정이 갑자기 떨떠름해졌다.
“들어올래...?”
고인우는 나를 바라보지 못하고 내 옆을 바라봤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가며 이렇게 말했다.
“당연하지. 내가 뭐 못 들어갈 데라도 들어가는 것처럼 그런다... 꼭 수줍은 아가씨라도 된 것처럼 왜 그래?”
고인우가 화가 난 표정으로 나를 째려봤다.
“닥쳐.”
고인우의 표정은 분노가 아니라 정곡이라도 찔린 사람 같았다. 나는 입을 삐쭉거리며 더는 고인우를 약 올리지 않았다. 고인우의 방은 인테리어가 대담하면서도 전위적인 게 박윤성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었다.
박윤성은 일할 때 냉정하면서도 날카로웠기에 인테리어 스타일도 극도로 심플했고 대부분 무채색의 차가운 느낌인데 인테리어마저 사람을 닮아있었다. 비록 침대로 가면 완전히 달라지지만 말이다.
부부 생활이 별로 기억나지 않았고 침대에서 어떤 모습인지 모르지만 노련하게 내 옷에 손을 집어넣는 것만 봐도 얌전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고인우가 내 뒤에 서서 재촉했다.
“아무 데나 보지 말라고.”
시선을 거둔 나는 소파에 앉아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너무 슬퍼하지 마. 너희 아버지, 어머니도 다 생각이 있을 거야.”
고인우가 차갑게 웃었다.
“생각? 뭐 내가 박윤성보다 잘난 구석 하나 없다고 생각하겠지.”
고인우가 내 앞에 자리를 잡고 앉더니 눈빛이 어두워졌다.
“어릴 적에 다들 박윤성을 롤모델로 삼았어. 대단한 건 맞아. 하늘이 내린 천재라 어린 나이에 여러 성적을 보여줬지. 성격이 차분해서 또래들과 비교할 수 없게 성숙하고 점잖기도 하고.”
고인우가 그런 자신을 비웃었다.
“봐봐. 같은 또래인데 박윤성의 지위는 우리 아버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고 어른의 자태로 우리를 핍박하잖아.”
내가 멈칫하더니 말했다.
“사람마다 성장하는 길이 다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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