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화
“좀 닥치고 있어.”
고준호가 고윤정을 째려보더니 그녀의 귀를 잡고 설미정 앞으로 다가갔다.
“당장 데려가.”
고준호가 설미정에게 눈치를 주자 설미정이 얼른 고윤정의 팔을 잡아당겼다.
“오늘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어. 단단히 혼내줄 거야.”
설미정과 고윤정이 밀고 당기며 실랑이를 벌였지만 그 자리에 선 채 움직이지 않았다. 이 정도면 체면을 충분히 봐준 거나 다름없으니 박영훈도 응할 수밖에 없어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이번은 그냥 넘어가지. 젊은이들 사이에 일어난 일로 두 가문의 관계를 망치진 말자고.”
박영훈이 이렇게 말하며 고준호를 바라봤다.
“해성시 상회는 늘 자네가 도맡아 관리했는데 수고했네. 이제 나이도 있고 휴식하면서 애들 교육에 힘써야 하지 않겠나?”
뼈가 있는 말에 고준호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지더니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관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직 해성시의 경제 건설을 위해 힘을 더 보태고 싶습니다. 게다가 아직 50이라 힘쓰기 좋은 나이입니다.”
박영훈이 바로 웃었지만 그 웃음은 눈동자까지 번지지 않았고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일단 딸부터 데려가게. 민서도 그냥 찰과상인 것 같은데 시간 내서 사과하라고 하지.”
고준호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박영훈이 그런 말을 했다는 건 앞으로 한 번만 더 조민서의 트집을 잡으면 그때는 상회 회장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뜻이었다. 고준호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고윤정의 머리를 내리쳤다.
“얼른 사과해.”
“싫어요.”
“윤정이도 잘못한 거 알고 있어요.”
설미정이 고윤정을 대신해 사과하더니 그녀의 머리를 힘껏 눌러 조민서에게 인사하게 했다. 박영훈도 그저 상징적으로 조민서에게 말했다.
“민서야, 오늘 일은 너도 사과하고 끝내자. 앞으로 친구가 그런 거북한 말은 못 하게 잘 단속해야 한다.”
“알겠어요...”
조민서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고윤정을 향해 꾸벅 인사했다.
“미안해. 네가 들어서는 안 되는 말인데.”
조민서의 눈빛은 분명히 우쭐거리고 있었지만 박영훈이 있으니 뭐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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