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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이런 말을 할 힘이 있는 걸 보니 심하게 다치진 않았나 보네.’ 나는 두 사람에게 어서 떠나라고 재촉했다. “회장님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어. 지금 안 가면 정신 차리고 쫓아올 수도 있어.” 고인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품 안의 고윤정을 바라봤다. “걸을 수 있겠어?” 고윤정은 입을 꾹 다물고 대답 없이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앞으로 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어디 가려고요?” 조금 전까지 박영훈 옆에서 이미지 관리를 하던 조민서가 어느새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깔보듯 고윤정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정말 놀랍네. 앞에서는 순진한 척하더니 뒤에서는 칼을 꽂아? 너희 고씨 가문은 다 이렇게 이중적이야?” 나와 고인우는 동시에 발걸음을 멈췄고 얼굴도 어두워졌다. 박영훈이 뭔가 눈치챘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따라올 줄은 몰랐다. 조민서의 시선이 나를 향했고 그녀는 실망한 듯 고개를 저었다. “할아버지랑 윤성 오빠가 지연 씨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은혜를 이런 식으로 갚는 거예요? 송지연 씨, 정말 실망이네요. 당신 같은 사람은 윤성 오빠 옆에 있을 자격이 없어요.” 나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뭘 원하는데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저는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윤정이는 데려가야겠어요.” 이 지경까지 온 이상 나는 더 이상 조민서와 위선적인 말싸움을 할 생각이 없었다. 고윤정을 이미 데리고 나온 이상 다시 넘겨줄 생각도 없었다. 조민서가 미간을 찌푸리자 옆에 있던 경호원들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조민서가 손을 들어 그들을 막았다. “진짜 이해가 안 되네요. 송지연 씨, 전에는 윤성 오빠한테 그렇게 들러붙으며 하루도 떨어지기 싫어하더니... 윤성 오빠가 뭘 하라고 하면 항상 고분고분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왜 그래요? 설마 밀당이라도 하는 건가?” 나는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박윤성이랑 무슨 상관이죠? 무슨 일이든 그 사람이랑 엮지 말죠?” 조민서는 콧방귀를 뀌며 내 앞으로 걸어왔다. “이렇게까지 부산 떠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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