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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박윤성의 목소리엔 벌써 짜증이 묻어나 있었다. 조민서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사건의 전말을 하나하나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녀 특유의 말투와 화법은 여전했다. 중요한 건 슬쩍 넘기고 자신은 철저히 피해자로 포장한 채 모든 잘못을 우리 쪽에 떠넘기려 했다. 박윤성은 나를 똑바로 보며 물었다. “민서 말이 사실이야?” “이미 믿고 있잖아. 왜 나한테 묻는데?” 나는 짜증 섞인 얼굴로 대꾸했다. “조민서 말이 다 맞다 치지 뭐.” “나는 지금 너한테 묻고 있는 거야.” 박윤성은 내 턱을 잡아 올리며 그를 똑바로 보게 만들었다. “내 말 무슨 뜻인지 몰라?” 정말로 화가 난 탓에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날카로운 기운이 더 이상 억눌러지지 않았다. 조민서는 코끝을 붉히며 중얼거렸다. “윤성 오빠, 그러지 마. 나 무서워.” 박윤성은 살짝 풀어진 얼굴로 조민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괜찮아. 넌 먼저 가 있어. 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조민서의 안색이 변했다. 그녀는 당연히 혼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윤성 오빠, 나 다친 것 같아.” 그녀의 얼굴은 고윤정에게 긁힌 자국투성이였다. 고윤정은 봐주는 거 없이 제대로 손을 썼고 평소 네일을 하던 날카로운 손톱까지 맞물리며 상처는 더 도드라졌다. 피가 나지는 않았지만 보기만 해도 흉측했다. 박윤성은 미간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병원 가서 진찰받아.” 그러고는 내 손목을 잡아끌며 말했다. “너도 가.” 나는 필사적으로 버텼다. “조민서를 데려가든 말든 하면 되지 왜 나까지 끌고 가는데!” 박윤성은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내 팔에 난 상처를 가리켰다. “안 아파?” 고개를 돌려 보니 팔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의 냉혹한 시선이 방금까지 그 자리에 있던 경호원들에게 쏠렸다. 그는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평소에 어떻게 훈련한 거야? 강약 조절도 못 해?” 경호원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그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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