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나는 이들 사이의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
백민준은 조민서를 꽤 신경 쓰는 듯했다.
박윤성이 전화를 받으러 나가고 우리 셋만 남자 백민준이 나를 한 번 바라보더니 느닷없이 말했다.
“추측하지 마요. 셋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어요.”
‘그랬구나. 소꿉친구였구나.’
박윤성과 조민서뿐만 아니라 백민준과 조민서 사이에도 미묘한 감정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조민서는 표정을 바꾸더니 백민준에게 말했다.
“난 괜찮아. 걱정하지 마.”
백민준은 다소 비꼬는 말투로 받아쳤다.
“내가 왜 괜한 걱정을 하겠어? 그리고 걱정한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야? 어차피 너는 늘 네 멋대로잖아.”
조민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 사이엔 마치 말 없는 대화가 오가는 듯했다.
박윤성이 들어오면서 묘했던 분위기는 조금 가라앉았다.
‘박윤성이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을 알기나 할까?’
박윤성은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나를 향해 말했다.
“의사가 저쪽에 있으니 우린 옆방으로 가자.”
팔이 꽤 아팠던 터라 나는 버티지 않고 순순히 따라갔다.
약을 발라준 사람은 나이 든 남자 의사였다.
그가 내 팔에 약을 바르는 동안 나는 무의식적으로 왼손을 숨겼다.
손목의 상처를 들키기 싫었고 그가 혹시나 박윤성에게 무슨 말을 할까 봐 두려웠다.
치료가 끝난 후 의사는 먼저 방을 나가고 남은 건 나와 박윤성 단둘뿐이었다.
우리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의 시선이 계속 나에게 머물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서며 물었다.
“말해봐. 왜 또 이 난리야?”
‘또 시작이네. 늘 그렇듯 오만한 말투... 언제나 나를 어린애 취급하며 하는 일마다 투정 정도로만 여기는 그 말투.’
나는 눈을 감고 대꾸하지 않았다.
그냥 한숨만 쉬며 무기력하게 버티는 태도에 박윤성의 눈에 분노가 번졌다.
그는 내 턱을 잡고 강제로 고개를 들게 하며 말했다.
“그렇게 심하게 다친 것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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