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화
나는 자기혐오의 소용돌이 속에서 끊임없이 버둥거리고 자신을 학대했다.
그러다 결국 삶에 대한 미련조차 남지 않아 서슴없이 끝을 택하려 했던 그 송지연이 되어버렸다.
‘어떻게 이렇게 아플 수가 있지... 왜 이렇게 견딜 수 없게 괴로운 거야!’
“송지연, 너 도대체 왜 이래?”
고인우가 이상함을 눈치채고는 내 어깨를 움켜쥐며 미간을 찌푸렸다.
“어디 아파? 말해봐!”
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몰려오는 기억을 억누르려 했다.
그는 황급히 사무실 쪽을 향해 소리쳤다.
“의사! 의사! 당직 서는 분 계세요? 선생님! 환자 상태가 안 좋아요.”
고인우는 복도에서 큰 소리로 외쳤고 소은하 역시 창백한 얼굴로 사람을 찾으러 다녔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다급하게 몰려들었다.
나는 온몸을 떨며 식은땀을 흘리며 벽에 기대어 간신히 버텼다.
고인우가 나를 번쩍 들어 품에 가두자 조금 안정되는 듯했지만 막 일어나려는 순간 거대한 힘이 나를 그의 품에서 억지로 떼어냈다.
제대로 서기도 전에 나는 차가운 우드 향이 묻어나는 품에 안겼다.
낮고 냉랭한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울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살기마저 느껴졌다.
“놔.”
고개를 들자 박윤성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는 턱을 꽉 다물고 있었고 얇은 입술은 일직선으로 굳게 닫혀 있었으며 눈빛엔 차디찬 분노가 서려 있었다.
그는 고인우를 싸늘하게 노려봤다.
고인우는 예상치 못한 그의 행동에 뒤로 물러나며 비틀거렸다.
다시 몸을 바로잡은 그는 박윤성을 향해 시선을 고정한 채 넥타이를 움켜쥐며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눌렀다.
“너 지금 지연이가 죽을 뻔한 거는 알고 있어?”
박윤성은 어두워진 눈빛으로 곧장 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고인우는 분노 섞인 목소리로 따졌다.
“너도 지연이가 다친 거 알고 있었잖아. 그런데 왜 혼자 본가로 돌아가게 한 거야? 지연이는 욕조에서 익사할 뻔했다고!”
박윤성은 갑자기 내 허리를 감아 안았다.
그 힘이 너무 강해서 마치 허리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
“그게 사실이야?”
그의 목소리는 극도로 억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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