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화

날카로운 폭음이 지나간 후 통증은 한결 나아졌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누군가 말하고 있는 듯 불쑥불쑥 이상한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 목소리들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그들은 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외쳤고 마치 뭔가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머리가 너무 아팠던 탓에 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어지럽게 뒤섞인 영상들을 쫓아내려 했다. 욕실 안, 나는 찬물을 틀어 정신을 차리려 했다. 물 떨어지는 소리가 피로를 자극했고 팽팽하게 당겨졌던 긴장감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녀는 욕조에 몸을 담그며 잠깐이라도 쉬고 싶었다. 그런데 이유 없이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하더니 주변이 점점 싸늘해지고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차가운 기운이 뼛속까지 스며들자 나는 물 온도가 식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뜨거운 물을 틀고 싶었지만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욕조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힘도 없었고 움직이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너무 춥기만 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그 한기가 뼈를 파고들 것 같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렴풋이 누군가 내 이름을 다급히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뜨고 싶었지만 전혀 힘이 나지 않았다. ... 정신이 조금 돌아왔을 때 나는 이미 병원 들것에 누워 있었다. 옆에는 다급한 얼굴을 한 소은하가 있었다. “지연아, 정신 들어?”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혼란스러운 머리를 감싸 쥐었다. “내가 왜 여기 있어?” 고개를 들어 보니 고인우도 옆에 서 있었다. 그는 들것에 한 손을 짚은 채 뚫어지게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엔 긴장감이 가득했다. “송지연, 너 죽을 뻔한 거 알아?” 그의 목소리는 분명히 화가 나 있었다. 내가 몸을 일으키려 애쓰자 소은하가 급히 부축했다. “너 집에서 목욕하다가 정신 잃어서 욕조에서 익사할 뻔했어. 고인우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서 본가까지 달려가 널 구해낸 거야.” “그래?” 나는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머리가 지끈거렸던 나는 멍한 눈으로 고인우를 바라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고마워.” 나는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