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그 사람이 날 뭐 어쩌겠어?”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오히려 너희 쪽은 어때? 할아버지가 너희한테 뭐라고 하진 않으셨어?””
“별일 없었어. 박윤성이 미리 말해놨는지 그냥 넘어갔어.”
그렇게 말한 고인우는 잠시 침묵했다.
그는 한참을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박윤성이 그냥 이유 없이 우리를 도와줄 리는 없을 텐데... 너 진짜 괜찮은 거 맞아?”
“정말 괜찮아.”
나는 그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설마 박윤성이 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을까 봐 그러는 거야?”
그 말을 마친 나는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조금 전 박윤성이 나와 관계를 하려 했지만 내가 단호히 거절하며 거부감을 드러내자 그는 화가 났는지 더는 나에게 신경도 쓰지 않고 조민서 곁에 머물렀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이렇게까지 틀어진 상황에서 아직도 나랑 부부 행세를 하려 한다는 게 더 어이없었다.
‘남자란... 정말 내가 상상한 것 이상이네.’
몇 마디 주고받은 뒤 더 이상 서로 할 말이 없어지자 고인우가 먼저 말을 꺼냈다.
“너 팔은 괜찮아?”
박윤성뿐만 아니라 그도 내 팔의 부상을 눈치챘던 모양이다.
“별거 아니야. 이미 치료했어.”
한참 뒤 고인우가 다시 물었다.
“우리가 병문안 갈까?”
나는 놀라서 되물었다.
“이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박영훈이 그토록 화를 냈던 걸로 봐선 최소 며칠은 조씨 집안에 잡혀 있어야 할 줄 알았다.
고윤정이 불만 가득한 어조로 말했다.
“이번엔 진짜 박윤성한테 고마워하긴 해야 해요. 박윤성이 직접 나서서 조씨 가문에서도 더는 우리한테 뭐라 안 하기로 했어요.”
“할아버지도 그냥 넘어갔다고? 조민서 얼굴에 상처가 그대로 남을 정도로 긁혔잖아.”
고윤정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그래서 저도 놀랐잖아요. 나랑 오빠도 그냥 넘어가긴 글렀다고 생각했는데 박윤성이 우릴 그냥 놔줬다니까요?”
“아마 너희 부모님이랑 박윤성이 먼저 얘기를 나눴을지도 모르지. 어차피 공동 프로젝트도 해야 하는데 일이 너무 커지면 서로 손해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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