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9화
“강여름,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어?”
서유인이 울화통을 터트렸다.
“우리 서씨 집안에서 대대손손 물려 내려온 자산을 발전시며 벨레스가 지금처럼 성장한 건데 네가 C국 사람에게 팔아버리다니, 조상님들이 분해서 무덤에서 뛰쳐나오실 일이라고!”
“형님, 어쩌다가 이런 일을 벌이셨습니까? 여름이에게 종용당하신 거예요? 어머니 아버지는 형님을 철석같이 믿고 주식을 다 넘겨주셨는데 이제 뒷목 잡으시게 생겼잖아요. 주식이 필요 없으시다면 가지고 있는 주식을 저에게 팔아도 됐잖아요. 왜 다른 사람에게 팔았나요?”
서경주도 울컥했다. 노인네를 부추겨 회사에 돌아오게 하면 자신도 곧 회사로 돌아와 얼마 뒤에는 다시 회사를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서경주가 주식을 모두 팔아치워 기시다가 휘젓고 들어오니 이제 벨레스는 더 이상 자신들의 뜻대로 휘두를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맹랑한 것!”
서신일은 화가 나서 눈앞에 있던 컵을 강여름을 향해 집어 던졌다.
그러나 여름은 재빠르게 피해버렸다.
“내가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저 녀석을 우리 식구로 받아들였는데 그러지 말았어야 해. 내가 전생에 뭔 죄를 지어서 저런 것이 손녀라고 들어왔는지….
당장 기시다 사장에게 똑바로 설명해라. 계약서는 네가 독단적으로 사인을 한 것이라고, 네 아빠와 나 우리 벨레스와는 아무 관계도 없다고. 이 계약서는 난 인정 못 한다.”
서신일이 화가 나서 외쳤다.
여름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방금 기시다 선생이 하신 말씀 못 들으셨나요? 만약 저 계약서에 대해 제가 부정하게 되면 저는 사기죄로 들어가게 돼요.”
“네가 감옥에 들어가는 게 벨레스 주식이 C국 사람 손에 들어가는 것보다 낫다.”
서경재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형님, 쟤한테 얘기 좀 잘해보세요. 전에는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쨌든 형제 아닙니까? 아무리 우리 사이에 온갖 이슈가 있었더라도 한 가족이잖아요. 벨레스는 우리 서씨 집안의 것인데 그걸 팔아버리면 회사 꼴이 뭐가 됩니까? 정말 그러길 바라시는 거예요?”
현 이사도 바로 끼어들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서 회장, 자네도 벨레스에서 수십 년 일하면서 우리 모두와 같이 애쓰며 오늘날의 벨레스를 만든 게 아닌가? 벨레스는 우리 모두의 피와 땀일세. 잘 좀 생각해 보라고. 괜히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이 애비가 네게 무릎이라고 꿇어야겠느냐?”
서신일이 애걸하듯 말했다.
“죄송합니다. 여름이는 제 딸이에요. 제 딸을 사기죄로 넣을 수는 없습니다.”
서경주가 한숨을 쉬었다.
“이 녀석이….”
서신일은 확 혈압이 올라 비틀거리더니 쓰러져 버렸다.
“할아버지!”
서유인이 바로 달려가 서신일을 부축했다.
“빨리 구급차를 불려주세요.”
서경주는 급히 119를 눌렀다. 곧 응급차가 와서 서신일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휠체어를 타 이동이 불편한 서경주만 남겨졌다.
회의실은 곧 왁자지껄 난리가 났다.
“어르신께서 쓰러지셨으니 이 일은 나중에 다시 얘기합시다.”
서경재가 그렇게 상황을 정리하려고 했다.
기시다 사장이 냉랭하게 웃었다.
“미안합니다만 여기까지 왔으니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오늘부터 나는 벨레스의 최대 주주입니다. 다음 주 월요일 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합니다. 회사의 많은 사안에 대해 저는 알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사장도 새로 선출해야겠습니다.”
그러더니 기시다 사장은 그대로 가버렸다.
현 이사는 머리가 띵했다.
“경재야, 저 기시다 자식, 너무 교활하구나. 상대하기 만만치 않겠어.”
“이를 말입니까? 고다 주식회사는 C국에서 손가락 안에 꼽는 대기업입니다. 기시다 사장은 간단한 사람이 아니에요. 애진작부터 우리 벨레스를 눈독 들이고 있었어요.”
서경주가 입을 일자로 다물었다.
“강여름이가 아주 일을 복잡하게 만들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