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4화
“당장 꺼져.”
민정화가 명령하듯 외쳤다.
배용호는 화가 나서 눈을 부라렸지만 지룡의 배후에는 최하준이 있으므로 함부로 건드릴 수가 없었다.
‘젠장, 최하준은 손 떼겠다더니 왜 지룡 멤버가 백지안한테 붙어있는 거야?’
배용호가 자리를 뜨자 민정화가 바로 백지안을 부축했다.
“지안님, 괜찮으세요? 죄송합니다. 제가 외국에서 빠져나올 기회를 찾느라고 좀 늦었더니 이런….”
“와줘서 정말 다행이야. 안 그랬으면 오늘 진짜 큰일날 뻔했는데.”
백지안이 민정화를 안고 울었다.
“이제 다들 내가 뒷배가 없어졌다고 이렇게 사람을 무시하고…”
그런 말을 들으니 민정화는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정말 회장님은 너무 매정하세요. 지안님과 알고 지낸 지가 얼마인데,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그렇게 온 세상에 크게 떠들 일입니까?”
“그나저나, 준이 자기가 돌아온 거 알면 가만 두지 않을 텐데.”
백지안은 당황해서 민정화의 등을 밀었다.
“나한테도 이렇게 매정한데 자기한테는 더 심할 거야.”
민정화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안 그래도 지난번에 자신을 아주 지룡에서 내쫓으려고 하지 않았던가!
“내 곁에서 얼쩡거리지 말아. 혹시라고 준이랑 강여름이 재결합하게 되면 강여름에게 잘 해야 해. 알겠지?”
백지안이 걱정스러운 듯 당부했다.
“미안해. 내가 아무 도움이 못 되어서.”
민정화는 울음이 나올 것 같았다. 남들은 다들 지룡이라면 무서워 벌벌 떨지만 사실 지룡은 그저 FTT의 일개 보디가드이자 개일 뿐이었다
‘지안님 만이 나를 친구로 생각해 주었어. 지금도 자기 보다는 내 생각만 해 주시잖아.’
“얼른 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백지안이 민정화를 밀어냈다.
민정화가 자리를 뜨자 백지안은 누구에겐가로 전화를 걸었다.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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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넋이 나간 듯한 민정화가 막 차에 타려는데 갑자기 선글라스를 낀 중년 남자가 다가왔다.
“민정화 씨, 잠깐 얘기 좀 하실까요?”
“누구세요? 비키시죠.”
민정화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선글라스를 쓴 사내는 가볍게 문을 눌러 닫으며 느긋하게 씩 웃었다.
“지룡 멤버이신 건 압니다. 하지만 평생 그렇게 최하준의 개로 살아갈 생각입니까?”
민정화는 흠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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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쇼핑몰.
백지안은 커피를 주문했다. 천천히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커피숍의 음악이 아주 달콤한 음악으로 바뀌었다.
그러더니 점원이 3단 케익을 밀며 다가왔다. 위에는 ‘Marry me’라고 눈에 띄게 씌여 있었다.
백지안은 흠칫했다. 이때 송영식이 커다란 꽃다발을 들고 오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지안아, 나랑 결혼해 줘. 사실 나는 어릴 때부터 널 좋아했어. 그렇지만 네 곁에 하준이가 있어서 다가가지 못했어. 하지만 하준이가 이제 네게 행복을 줄 수 없다면 평생 변하지 않을 내 모든 사랑을 너에게 줄게.”
“영식아….”
백지안은 약간 놀랐지만 바로 분위기에 올라타 눈시울을 붉혔다.
“난…나는 너에게 어울리지 않아.”
“그런 소리 하지 마. 내게는 네가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야. 네가 내 아내가 되어 줬으면 좋겠어. 제발 내게 기회를 줘.”
송영식은 간절하고 진실한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날 거절하지 말아줘.”
“…좋아.”
백지안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최하준과는 다시 어떻게 해볼 여지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송영식이라도 잡아야 했다. 송영식이 쿠베라의 후계자가 되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남들이 자신을 우습게 여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따.
“고맙다, 지안아.”
송영식은 조심스럽게 백지안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웠다. 그러더니 소중하게 지안을 품에 안았다.
옆에서 누군가가 이 장면을 찍어서 동영상과 함께 온라인에 올렸다. 곧 ‘송영식, 백지안에게 청혼’이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와 씨, 백지안은 무슨 팔자가 저렇게 좋아? 최하준에게 차이자 마자 송영식이 청혼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