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3화
또 하루를 꼬박 새운 채로 아침을 맞았다. 막 옷을 갈아입는데 밖에서 요란스럽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었더니 송영식이 와락 들어왔다. 아직 여기저기 난 상처가 다 낫지도 않았는데 본래 강아지 상인 눈에 분노가 가득했다.
“야! 온라인에서 그렇게 대놓고 지안이를 차냐? 게다가, 뭐? 영원히 재결합 예정은 없어?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지안이가 지금 얼마나 상처투성이인데,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괴롭힐 수가 있어?”
하준은 골치가 지끈지끈 아팠다.
“드디어 집에서 풀려났냐?”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워! 방금 지안이 보고 왔는데 너 때문에 손목까지 그었었다며? 오늘 진짜 너 죽고 나 죽자!”
송영식은 분노에 타오르는 손가락으로 하준을 가리켰다.
“애가 납치된 걸로만은 부족했냐? 내가 집에 잡혀들어갔으면 너라도 지안이를 제대로 보호해 줬어야지. 다른 사람 말만 믿고 애를 의심해? 대가리에 뭐가 들었길래 지안이가 그런 짓을 할 수 있다고 생각 하는 거야?”
“……”
그런 영식을 보고 있자니 하준은 너무 화가 나서 어이가 없었다. 여름이 왜 그렇게 예전에 자신에게 눈이 멀었다는 둥 소리를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아마도 지금 자신이 송영식을 보면서 답답한 것처럼 여름이도 똑같은 심정이었겠구나 싶었다..
“영식아, 이번 사건은 강여름과 육민곤이 벌인 일이 아니….”
“결국은 강여름 편을 들고 싶은 거잖아. 아주 강여름 때문에 돌아서 이제는 이성적인 판단이 안 되는 구먼.”
송영식이 외쳤다.
하준의 태양혈에서 필줄이 불뚝불뚝하더니 싸늘하게 말했다.
“됐어. 네가 아무리 욕을 하고 뭐라고 떠들어도 내 마음은 변함없어. 지안이를 사랑하지 않아. 저도 지안이랑 거리를 두는 게 좋을 거야. 걔도 걔 인생이 있는데 평생을 지켜줘야 할 이유가 없어. 앞으로 네가 걔랑 만나더라도 날 부를 필요도 없어. 이제는 네가 무릎을 꿇어도 소용없어.”
“좋아! 네 말은 내가 반드시 기억해 두마! 앞으로 내게는 너처럼 매정한 형제는 없어! 네가 지안이를 버린다면 앞으로 내가 책임질 거야.”
송영식은 씩씩거리며 나갔다.
하준은 실망감에 마른 세수를 했다. 여자를 두고 송영식과 이런 지경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앞으로 다시는 자신의 감정을 누구에게도 위협받거나 조종당하지 않기를 바랐다.
사랑은 사랑이고 사랑이 식은 것은 식은 것이다. 이제는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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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
백지안이 유유자적 쇼핑을 하고 있다.
갑자기 웬 쪼잔하게 생긴 사내가 백지안의 손목을 잡았다.
“어이, 백지안이잖아? 쇼핑하러 나왔어? 뭐 하게? 나랑 사귀어만 준다면 뭐든 사주지.”
“이거 놓으세요!”
백지안은 당황한 얼굴로 힘껏 상대를 뿌리쳤다.
그러나 백지안이 반항할수록 배 사장의 정복욕은 더욱 강해졌다.
“아니 뭘 그렇게 튕기고 그래? 전에는 최하준이니 이주혁이가 곁에 딱 붙어 있더니 이제는 그 놈들이 넌 쳐다도 안 본다며? 최하준은 너랑 재결합 안 한다고 대놓고 발표했던데? 내가 애진작부터 네 미모가 마음에 들었어.”
“배용호! 난 너 같은 인간에게 관심 없어! 놔! 아프다고!”
백지안이 반항했다.
배용호는 백지안의 목소리를 듣더니 더욱 은근한 말투가 되었다.
“착하지~ 목소리가 아주 교태스러운 게 마음에 드는데? 침대에서 들으면 아주 근사하겠어? 가자, 오늘 내가 널 꼭 데려가야겠다.”
배용호가 억지로 백지안을 끌고 가려고 했다.
백지안이 거의 배용호에게 안길 참이었는데 갑자기 민정화가 튀어나와 배옹호를 걷어차며 백지안을 빼냈다.
“어떤 새끼가 감히 이 어르신을 발로 차고… 이게 진짜….”
배용호가 고개를 들어 싸늘한 얼굴을 보더니 얼굴이 굳어졌다.
“지룡 멤버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