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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2화

第922章 ‘그러네. 난 늘 여름이가 악랄하다고, 나쁘다고 했어. 하지만 좋은 사람에 세상에 그렇게 많은데 착한 사람이라면 무조건 사랑했나? 그건 아닌데.’ 여울이 입을 비죽거렸다. “큰아빠는 여름이 이모를 왜 좋아해요? 나쁘면 미워하고, 안 나쁘면 또 좋아지고 그래요?” 하준은 이상하다는 듯 여울을 바라보았다. “넌… 양하랑 얼굴만 조금 닮았지 성격은 영 딴판이구나. 어쩐지 성격이 나랑 비슷하네. 말솜씨도 날카롭고… 나중에 크면 변호사가 되어도 되겠는걸.” 여울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원래부터 나는 양하 삼촌의 딸이 아닌걸, 뭐.’ “큰아빠 안 닮았어요, 뭐! 할머니가 큰아빠 나쁜 녀석이라던데. 난 나쁜 녀석 안 할 거예요.” “……” 하준은 난처한 나머지 코를 문질렀다. 이제 보니 ‘최하준=나쁜 놈’은 이제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공식이 된 듯했다. “여울이 말이 맞아. 예전에 나는… 너무 극단적이지.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이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좋아. 그런데 그걸 너무 늦게 깨달은 것 같다. 그러니까 여울이가 큰아빠를 좀 도와….” “싫어요.” 여울은 다시 냉정하게 거절했다. “자꾸 여울이 이모를 속이면 이제 다시는 여울이 보러 안 나올지도 모른단 말이야.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해야죠.” “하지만 여름이가 이제는 날 안 보려고 한단 말이야.” 하준이 힘없이 말했다. 여울은 자신과 사뭇 닮은 그 얼굴을 흘끗 바라보았다. 따로서 역시 그런 아빠의 얼굴을 보고는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엄마가 물방울 바위도 뚫을 수 있다고 했어요. 열심히 해보세요.” 그러더니 꼬맹이는 후다닥 도망쳤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꼬맹이에게 연애에 관해서 조언을 듣고 하주은 흠칫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까짓 거 매일매일 끈질리게 매달리다 보면 언젠가는 여름도 용서해주지 않을까 싶었다. 저녁 식사를 끝내고 하준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바로 기사를 불러 성운빌로 갔다. 상처의 통증을 꾹 참고 하준은 허리를 숙여 단지 내 광장에 초로 글씨를 만들었다. -미 안 해- 허리를 숙일 때마다 아파서 비명이 나올 지경이었지만 꾹 참고 열심히 초를 놓았다. 어렵사리 배치를 마치고 막 라이터를 켜려고 보니 주변에 이미 단지 주민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그 중 한 아이가 다가와서 보더니 말했다. “또 그 아저씨네.” 하준은 그 꼬맹이가 몇 번이나 만난 적이 있는 여름의 맞은 편 집에 사는 아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래, 내가 그 이모를 화나게 만들었거든.” “어… 그런데 이런 거 해 봐야 소용없어요.” 꼬맹이가 갸웃하며 말했다. “그 이모가 어제 아침에 이사 나갔거든요.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던데.” “툭!” 하준의 손에 있던 라이터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여름이 이사까지 가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제 철저히 날 피하겠다는 뜻인가?’ 심장에 이루 말할 수 없이 시큰한 충격이 왔다. 꼬맹이가 불쌍하다는 듯 하준을 바라보았다.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아저씨랑 이모처럼 요란한 커플 처음 본대요. 한 달 사이에 몇 번을 싸웠다 만났다 한다고… 그 이모가 이제 완전 질렸나 보네요. 그만 집에나 가세요. 괜히 초에 불 붙이다가 불 내지 말고요.” 그러더니 꼬맹이는 가버렸다. 하준은 고개를 들여 여름이 살던 층을 바라보았다. 입가에 처량한 미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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