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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2화

백윤택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임윤서는 너무 더워서 깼다. 온 몸이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비틀비틀 일어났다.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한참을 생각해 보다가 몽롱한 채로 걸어 나오다가 누군가와 탁 부딪혔다. 윤서는 원하던 것을 만난 듯 손을 꽉 잡고 놓지 않았다. “저기요, 어? 임윤서 씨 아닌가…?” 비서는 긴장한 눈빛으로 미간을 잔뜩 찌푸린 송근영을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누가 약을 탄 모양이구나.” 송근영은 임윤서의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보고는 말했다. 비서는 흠칫했다. “오슬란 신제품 발표회에서 감히 오늘 잠 주인공인 개발팀 총감에게 손을 대다니 누가 이렇게 대담할까요?” “일단 내 방으로 데려갈 테니까 자네는 여기서 누가 와서 임윤서를 찾는지 잘 지켜 봐. 그 놈이 임윤서에게 약을 탄 놈일 테니까.” 송근영은 그렇게 당부하고는 윤서를 부축해 방으로 데려갔다. 방에 들어가자 임윤서는 이제 견디지 못하고 침대에서 마구 구르며 난동을 부렸다. 송근영은 골치가 아팠다. 할 수 없이 욕조에 찬물을 받아 윤서를 집어넣었다. 그러고 욕실에서 나오는데 비서가 돌아왔다. “방금 백윤택이 아까 그 자리에서 사람을 찾았습니다. 소방통로 쪽으로 가더니 위 아래로 몇 번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당황한 기색이더라고요” “백윤택이라….” 송근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백지안의 오빠인 백윤택의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 집안의 속 썩이는 인간이지. 이제 영식이 뒷배를 믿고 날뛰려는 게로구나. 이제 작은 아버지가 대통령이 되시면 동생 시댁을 등에 업고 더 지랄을 하겠지. 할아버지 말씀이 맞아. 무슨 수를 쓰던 백지안이 우리 집 안에 들어오게 두면 안 되겠어.’ “저, 임 총감이 굉장히 괴로운 것 같은데요.” 비서가 윤서의 신음소리를 듣고 귀까지 빨개져서 말했다. 송근영은 비서를 흘끗 쳐다보았다. “가서 영식이가 어디 있는지 찾아 봐요.” ---- 연회장에서 접대 술을 계속 받아 마시고 오늘 기분도 좋아서 송영식은 이미 거나하게 취해있었다. 백지안이 송영식을 부축해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영식아, 똑바로 좀 걸어 봐.” “지안아아아, 내가! 지금 너무 기분이 좋다.” 송영식이 백지안의 허리를 감더니 바보처럼 헤헤 웃었다. 백지안은 영식의 품에서 끽소리도 안 했다. ‘영식이가 이렇게 취했을 때 아예 침대로 끌어들여야지.” 송영식이 청혼을 하기는 했지만 그 집안에서 동의하지 않을 것이 뻔하니 혼사가 어느 세월에 이루어질 지 알 수 없었다. ‘아이를 먼저 가져 놓으면 그 집에서도 별 수 없을걸.’ “내가 방에 데려다 줄게.” 백지안이 무심한 척 하며 송영식을 착 감았다. 송영식은 이쪽 방면으로는 경험이 전무하다 보니 순식간에 몸에 불이 붙는 것 같았다. 어렵사리 송영식의 방에 도착해서 백지안은 방 키를 찾는 척하며 은근히 송영식의 몸을 더듬었다. 송영식의 호흡이 가빠졌다. “백지안 씨는 남녀관계에 퍽 개방적인 성격인가 보네. 최하준이랑 헤어진 지도 얼마 안 되는 것 같은데.” 뒤에서 싸늘한 비아냥이 들려왔다. 화들짝 놀라서 돌아보니 송근영이 서 있었다. 송근영은 송영식처럼 살짝 강아지 상이었는데 눈빛이 조금 더 차갑고 날카로웠다. 송근영의 눈에 백지안이 얼마나 하찮게 보이는 지가 느껴질 정도였다. “근영… 언니.” 백지안은 무의식적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어려서부터 송근영의 성격은 송영식과는 완전히 달라서 싸늘하고 냉정했다. “언니라고 부르지 마라. 우리가 뭐 그렇게 친근한 사이라고.” 송근영이 비서에게 눈짓을 해 보였다. “송 대표 모셔요.” 비서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백지안의 손에서 송영식을 받아왔다. 백지안은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의 계획이 엉망진창이되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었다. “절 우습게 보시는 건 알겠어요. 우리 영하가 쿠베라보다 훨씬 못하니까요. 하지만 영식이는 저에게 정말 잘해줬기 때문에 상처 주고 싶지 않아요. 많은 일을 겪고 나서야 저는 누가 진정으로 저를 아껴주는 사람인지 알았어요. 영식이만 널 놓지 않는다면 저는 영식이랑 헤어지고 싶지 않아요.” “아주 타이밍도 좋게 정신이 드는구나. 영식이가 그렇게 잘해줄 때는 모르다가 최하준이 공개적으로 재결합을 부인하고 나서니까 정신이 들디?” 송근영의 말투는 사뭇 날카로웠다. “그래도 넌 주제 파악은 잘 하는 것 같구나. 확실히 너희 집은 우리 집에 비해 너무 기울지. 어떤 사람은 제 깜냥도 모르고 마구 덤비는데.” 어찌나 거침없이 말하는지 백지안은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송근영은 백지안이 그렇게 불쌍한 얼굴을 해도 일말의 연민도 보이지 않고 비서에게 송영식을 부축하도록해 자리를 떴다. 엘리베이터에 들어가자 송근영이 말했다. “내 방에 데려다 놔요.” 비서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지금 거긴 임 총감이….” ‘임 총감이 지금 몸이 불탄다고 난리인데 송 대표를 거기 집어 넣으면 호랑이 굴에 밀어 넣는 꼴이 아닌가?’ “영식이가 백윤택을 초대했는데 그 백윤택이 임 총감 술에 손을 댔잖아. 이게 다 영식이가 백지안이에게 과분한 지위를 만들어 줬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야. 그러니 일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이 책임을 져야지.” 그러더니 송근영은 한숨을 쉬었다. “게다가 할아버지께서 하신 말씀도 있으니 나도 이제 어쩔 수가 없어. 무슨 수를 쓰던 백지안을 우리 집안에 들일 수는 없어. 그러면 영식이에게도 해가 되고 집안에도 해가 될 거야.” 비서는 잠시 아무 소리도 못했다. 이런 송근영의 과단성 있는 모습은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인사불성이 된 송영식은 자기가 무슨 일을 당하는지 의식도 없었다. 침대에 눕혀지자 무의식적으로 옷과 신발을 벗어던졌다. 윤서는 찬물에 몸을 그렇게 담그고 있어도 열기가 해결이 안 됐다. 간신히 비틀비틀 밖으로 걸어 나와서 보니 침대에 근사한 남자가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이 열기를 해결해줄 정답인 것처럼 보였다. 도저히 참지 못하고 그에게 다가갔다…. ---- 오전 10시. 피곤한 눈을 겨우 뜬 송영식의 눈에 자기 품에 얼굴을묻고 안긴 여자가 보였다. 두 사람은 반쯤 이불을 덮고 있었다. 뽀얗게 드러난 어깨를 보고 있자니 송영식은 다시 열기가 불끈하는 게 느껴졌다. 신기한 느낌인데 어젯밤 뭔가를 경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몽롱하긴 했지만 어젯밤이 너무나 좋았다는 사실을 기억이 났다. ‘지안이가 그렇게 적극적일 줄은…흠흠.’ “지안아….” 송영식은 고개를 숙여 여인의 귀에 입을 맞추었다. 품속의 여인이 고개를 들고 아직 졸린 듯한 귀여운 얼굴을 들었다. 시선이 마주쳤다. 완전 놀란 비명 소리가 두 사람의 목에서 동시에 터져나왔다. 영식은 놀라서 침대에서 굴러 떨어졌고 윤서는 확 이불을 당겨 몸을 가리느라 바빴다. “뭐야, 송영식!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윤서가 송영식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 “내가 할 말이거든!” 송영식은 완전히 멘붕이 되었다. “당신이 왜 내 방에 있어? 어? 남의 침대에서 뭐 하는 거야?” “당신 방이라고?” 윤서가 흠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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