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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방성훈은 충격에 넋을 잃었다. ‘이 박진호는 도대체 심민아를 얼마나 사랑하는 거야!’ 무대 아래에서 방성훈은 몰골이 말이 아니었고 완전히 조롱거리로 전락해 있었다. 반면, 무대 위 박진호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수많은 사람을 지나 그대로 얼어붙은 심민아에게 곧장 꽂혔다. 사실, 윗선에서는 박진호의 정체가 드러나는 걸 원치 않았다. 그처럼 최상위 과학자는 어느 나라에서든 탐내는 ‘국가급 보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인재는 모두가 차지하려 들고 차지할 수 없다면 차라리 파괴하려 드는 게 현실이었다. 국가 이익이든, 박진호의 신변 안전이든, 어떤 관점에서도 그의 정체는 철저히 비밀이어야 했다. 하지만 문제는 박진호의 고집이었다. 그는 한 번 결심한 일에는 누구도 개입할 수 없는 성격이었고 윗선도 속이 타들어 갔지만 결국 그가 남긴 말은 하나였다. “아내가 더 중요해요.” 윗선에서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정체를 밝히는 것’과 ‘아내’가 무슨 상관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정도현이 박진호라는 이름을 외치자 연회장 안은 순식간에 우레 같은 박수로 뒤덮였다. “하늘도 참 불공평하지 않냐? 똑같이 남자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나냐?” “저 남자는 돈도, 권력도, 배경도, 외모도, 몸매도 다 갖췄잖아. 게다가 실력까지 완벽하다고!” “젠장, 그런 재벌 2세를 놔두고 방성훈 같은 쓰레기한테 달라붙었다고? 심민아 저 여자가 제정신인가? 아니면 나라도 한번 사모님 자리 노려볼까?” “뭐?” “왜 그런 눈으로 봐? 성별 고치는 게 뭐 어렵냐. 해외 한 번 가면 된다며. 박진호의 여자가 될 수 있다면, 열 번도 간다. 사모님이 된다면 그깟 성전환이 대수야.” “근데 박진호는 왜 대놓고 정체를 밝힌 거지? 나라에서 그를 비밀리에 보호한 건, 스카우트 방지도 있지만 안전을 위한 조치였잖아.” “으흠, 나 사실 좀 아는 거 있음. 우리 고모가 윗선 간부인데 예전에 술 먹고 이러더라. 윗사람들 말로는 박진호가 소문난 아내 바보래. 정체를 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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