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2화
박진호가 낮게 중얼거렸다.
“함정이야.”
어쩌면 심민아는 처음부터 방성훈과 도망칠 생각이 없었을지도 몰랐다. 그저 자신이 방성훈의 말을 일방적으로 믿고 그녀를 오해한 것뿐이었다.
박지훈은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몸을 뒤로 기댔다. 작은 체구가 푹신한 소파에 깊숙이 파묻혔고 어린 목소리엔 짙은 의심이 묻어 있었다.
“아빠는 그 여자를 믿어? 만약 이게 방성훈과 짜고 벌인 연극이라면 어쩔 건데? 이미 그 여자가 자율주행 기술이 어디 있는지 알아냈다면?”
박진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난 네 엄마를 믿어.”
그는 오늘 심민아에게 자율주행 기술을 직접 건네고 그걸 빌미로라도 그녀를 곁에 붙잡아 두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거절했다.
“만약 이게 그 기술을 훔치기 위한 술수였다면 난 기꺼이 져줄 거야.”
어차피 그는 이미 그녀에게 수도 없이 지고 또 졌다.
그날 밤, 그는 한동욱에게 연락해 이틀 뒤 시행할 예정이었던 경안시 봉쇄 명령을 취소했다. 이번엔 그녀를 가두지도, 억지로 붙잡지도 않을 것이다. 그는 아내를 믿기로 했다.
밤새 뒤척이자 어느덧 새벽이 밝아왔다.
발코니 위에서 박진호는 담배를 피우며 하늘 저 멀리 떠오르는 첫 햇살을 바라보았다. 그는 짧게 한숨을 쉬고 담배를 꺼버렸다.
‘민아야. 이번엔 제발 날 또 지게 하지 말아줘.’
방성훈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엉망이 된 내부를 보고 깜짝 놀랐다. 도둑이라도 든 줄 알고 급히 경찰에 신고하려는데 얼굴이 굳은 강소라가 나타나 비행기 티켓 세 장을 그의 얼굴에 내던졌다.
“당신, 내 딸과 심민아를 데리고 도망치려고 했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당신 때문에 난 평생 임신도 못 하게 됐는데!”
강소라는 격분해서 손을 들어 방성훈에게 달려들려 했다. 심민아가 보낸 녹음 파일을 받았을 때, 그녀는 술자리에서 배 나온 늙은 남자들에게 희롱당하며 술 시중을 들고 있었다.
녹음 파일 속에서 방성훈은 그녀를 모욕하고 저주했다. 딸 방서현은 심민아를 엄마라 불렀고 방성훈은 엄청난 가치의 자율주행 기술을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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