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1화
임미정은 쓸쓸한 눈빛으로 조용히 일어나 공항을 빠져나갔다.
소라희가 급히 따라 나갔을 때, 임미정은 차 옆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녀의 눈 속 깊이 자리한 외로움을 소라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저려왔다.
임미정과 심민아는 가장 친한 친구였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그 가장 친한 친구에게 마음을 품고 말았다.
세상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이 감정을 그녀는 깊숙이 감출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신분과 성별 때문에 임미정은 박진호를 밀어내고 심민아를 차지할 수도 없었다.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기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소라희는 임미정을 위로하고 싶었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천천히 다가가 조용히 그녀의 손에서 담배를 빼앗았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임미정이 거의 반사적으로 그녀를 밀어내려 하자 소라희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미정 씨, 전에 나 심 대표랑 많이 닮았다고 했잖아요? 정말 괴롭다면 지금만큼은 날 그녀라고 생각해도 괜찮아요.”
소라희는 올해 겨우 열아홉 살이었다.
투명할 만큼 흰 피부에 붉어진 눈꼬리까지, 그녀의 애처로운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을 아릿하게 만들었다.
임미정은 그런 소라희를 바라보다가 문득 박진호에게 고백하던 심민아를 떠올렸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소라희의 손목을 잡아 차 문에 몰아세운 뒤 거칠게 입술을 덮쳤다.
둘의 호흡은 점점 가빠졌고 서로의 숨결이 뒤섞였다. 임미정은 서둘러 차 문을 열고 소라희를 뒷좌석에 눕혔다. 소라희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몇 년을 기다려왔던 순간이었다. 드디어 그녀가 자신을 받아준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소라희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던 임미정의 움직임이 갑자기 멈췄다.
“미안해요.”
이성을 되찾자 후회가 밀려들었다.
소라희는 분명 심민아와 많이 닮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심민아가 아니었다.
임미정은 자신의 외투를 벗어 소라희에게 덮어주었다. 그때 소라희가 그녀의 손을 살짝 잡았다.
“제가 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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