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5화
임미정은 잠시 멈칫했다.
“그래, 그럼 올해 생일은 심씨 가문에서 보내자. 우리 늘 하던 대로 하자. 민아야, 올해 소원은 뭐야?”
어릴 적, 임미정이 새엄마와 이복동생이 임씨 가문으로 돌아온 후, 그녀는 그저 집안의 하인 같은 존재로 전락했다.
아버지의 사랑도, 집안의 관심도 모두 그 동생에게로 쏠려 있었고, 그 누구도 임미정의 생일을 기억하지 않았다.
그러나 심민아는 달랐다.
그는 매년 임미정의 생일을 챙겨주었고 ‘올해 소원은 뭐야?’라고 묻고는 그 소원을 반드시 들어주었다.
그녀도 자연스럽게 그를 따라 심민아의 생일에 소원을 묻기 시작했고, 어느새 그건 두 사람 사이의 오래된 전통이 되었다.
임미정은 매년 ‘임기훈이 혼나게 해주세요’, 또는 ‘새엄마가 망신당하게 해주세요’ 같은 소소하고 유치한 소원을 빌었지만, 심민아는 항상 ‘미정이가 행복하게 해주세요.’라며 같은 소원을 빌었다.
이번에도 임미정은 늘 그렇듯 심민아의 소원을 물었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조용히 대답했다.
“난... 아빠랑 엄마가 돌아와서 같이 생일을 보내고 싶어.”
순간, 임미정의 얼굴에 살짝 경직된 기색이 스쳤다. 그러나 그녀는 곧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저씨랑 아주머니는 지금 아후리카에 계시잖아. 아무래도 이번 생일엔 못 오실 거야...”
그 순간 심민아의 귓가에 삐 소리가 울렸다. 그 후로 임미정이 무슨 말을 이어갔는지 들리지 않았다.
‘유민재, 안미선, 그리고 미정이까지... 다들 날 속이고 있어. 왜... 왜 나한테 거짓말을 하는 거지?’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가슴은 답답하게 조여오는 듯했다.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배신감과 혼란 속에서 그녀의 머릿속에 스친 이름은 뜻밖에도 방성훈이었다.
‘지금 나한테 솔직하게 말해 줄 사람은... 방성훈밖에 없는 건가?’
심민아가 방성훈을 찾았을 때, 그는 시내 한복판 광장에서 거대한 스모복을 입고 맞고 있었다.
누군가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내리칠 때마다 둔탁한 소리가 울렸고, 땅바닥에는 커다란 팻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저는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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