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화
허지유는 자리를 먼저 선점한 박은성을 보며 순간 굳어졌다.
박태진의 왼편은 박태진의 할머니, 오른편은 분명 자신의 자리로 정해져 있었다.
이미 송연희와 미리 얘기까지 끝낸 상황이었고, 오늘 이 자리는 공식적으로 혼담을 언급할 중요한 자리였다. 박태진이 눈치껏 거절하지 못하게끔 말이다.
그렇게 그 모든 걸 다 준비해 뒀는데... 녀석이 끼어들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허지유는 꾹 참고 여전히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은성아, 네 자리는 여기 아니고 할머니 옆이야. 네 어린이용 의자도 미리 챙겨놨어.”
하지만 박은성은 허지유를 쳐다보지도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
“전 어린이 의자 필요 없어요. 이제 다 컸고 오늘은 아빠 옆에서 제가 도와드릴 거예요. 그러니까 어린이 의자에 앉으면 불편해요.”
허지유의 얼굴이 약간 굳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번, 부드럽게 타일렀다.
“은성아, 너도 누가 옆에 없으면 밥도 잘 못 먹잖아. 아빠를 도와주겠다고 하는 마음은 너무 예쁘지만 너도 누군가 도와줘야 하잖니? 말 좀 들어.”
그러자 박은성은 입술을 꾹 다문 뒤, 똑바로 시선을 마주 보며 냉랭하게 말했다.
“지금 저를 의심하시는 거예요? 요즘 다 제가 아빠를 돕고 있는데요? 제가 밥도 떠드리고 반찬도 집어드려요.”
박은성은 꽤 진지한 얼굴이었으며 그 말투는 제법 어른스러웠다.
허지유는 당황해 얼버무렸다.
“그, 그런 뜻이 아니야...”
이에 송연희도 나섰다.
“은성아, 이리 와서 할머니 옆에 앉자. 아빠 도와주는 건 지유 이모가 하면 돼.”
박은성은 그 말에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할머니는 맨날 그래. 아빠를 꼭 저 여자한테 떠넘기려고 해.’
막 대꾸하려던 그때, 박태진이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은성이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어요.”
박태진이 직접 말하자, 허지유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으며 허씨 가문 식구들도 감히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식사 자리는 그렇게 시작되었고, 박은성은 정말 말 한마디 없이 박태진의 식사를 도왔다.
수저를 챙기고 반찬을 집어주며,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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