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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허지유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지만 그럼에도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태진 오빠가 어떤 상태든 전 상관없어요. 그냥 옆에 있을 수만 있으면 돼요. 그분이 오빠 눈을 낫게 못 한다면 제가 오빠의 눈이 되어드릴게요.” 허지유의 말엔 진심이 담겨 있었고, 주변 어른들은 그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송연희는 허지유를 마음에 퍽 들어 했고 바로 한마디 거들었다. “태진아, 지유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너 정말 모른 척할 거니? 요즘 세상에 이렇게 착한 아이 또 어디서 만날 수 있겠니?” 다른 남자였다면 마음이 흔들렸을지도 모르지만 박태진은 요동조차 없었다. “제 결혼은 제가 정해요. 제 결혼이 언제부터 밥상머리 반찬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양화선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 “이건 네 할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두 가문이 정한 약속이란다!” 박태진의 얼굴은 여전히 싸늘했다. “그 약속, 이미 한 번 지켰잖아요. 허소원이 허씨 가문 사람이었을 때 말이에요.” 그러자 양화선이 못마땅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 애는 가짜였어! 우리 집 핏줄도 아닌 아이였다고! 그 결혼은 처음부터 잘못됐어!” 그 말에 룸 안 사람들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오랜만에 들려오는 이름에 허지유는 주먹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게다가 그해 박태진이 왜 허소원과의 결혼은 그렇게 쉽게 승낙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왜 나와의 결혼은 이렇게 굽히지 않는 거냐고.’ 허지유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박태진은 양화선이 티가 나게 허소원을 헐뜯는 말투에 기분이 언짢아졌다. “적어도 결혼 당시엔 허씨 가문 사람이었어요. 결혼 기간 저희 가문이 허씨 가문에 제공한 물질적 지원도 적지 않았는데 그 모든 걸 무효라고 하신다면, 그건 다 어디로 간 겁니까? 사람이 떠났다고 해서, 그때의 모든 일을 지워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건 너무 불공평하죠.” 양화선은 입술을 달싹이다가 변명했다. “무효라는 건... 그건...” 그러나 어떻게 말을 꺼내면 좋을지 몰랐고 허정식이 대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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