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화

박은성은 들뜬 마음으로 유치원을 떠났다. 그를 데리러 온 기사가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 오른 후 아이는 기사에게 병원으로 가 달라고 부탁했다. 30분 후, 병원에 도착한 아이는 곧장 병원장 사무실로 향했다. “원장 할아버지, 결과 나왔어요?” 어린이의 들뜬 목소리에 안 원장은 깜짝 놀랐다. “아, 우리 도련님이시군요.” 그는 급히 일어나 아이를 맞이하고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말했다. “그게 도련님, 저도 이 사실을 대표님께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고민 중이었습니다. 사실 도련님이 지난번에 부탁하신 유전자 확인 검사 결과를 오늘 드릴 수 없게 되었어요. 오늘 병원 검사실에서 기계 노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거든요. 보고서와 기계가 모두 타버려서 검사 결과도 재가 되어 버렸습니다.” 아이는 이 말을 듣고 그자리에 얼어붙었다. “네? 보고서가 없어졌다고요?” 안 원장은 미안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정말 죄송합니다. 이런 뜻밖의 일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어요.” 박은성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며 깊은 실망에 잠겼다. 그토록 기대했던 검사 결과가 이렇게 사라지다니. 그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이모가 엄마인지 알 수 있었을 텐데. 왜 하필 이럴 때...’ 안 원장은 방금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박은성을 보고 깜짝 놀라 말했다. “도련님, 울지 마세요. 보고서가 없어졌으면 다시 한번 검사를 하면 됩니다. 머리카락만 다시 주시면 돼요.” “이젠 없어요.” 아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모의 머리카락을 한 가닥밖에 못 얻었는데.’ 그는 눈물이 맺힌 눈으로 안 원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원장 할아버지, 이 일을 맡았던 의사 아저씨나 이모가 있어요? 결과만 말해 주실 수 없나요?” 그는 그저 결과를 알고 싶을 뿐이었다. 안 원장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것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갑작스러운 화재로 일부 대피하지 못한 직원들이 심하게 다쳐서 지금 치료 중이거든요. 그래서...” 그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