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화 데이트
요즘 구재이는 자신의 운이 정말 나쁘다고 느꼈다. 어디를 가든 민지환과 꼭 마주쳤고 한 번 마주치면 거머리처럼 도무지 떼어낼 수가 없었다.
“오늘 나랑 밥 먹기로 약속했잖아! 근데 재이 너는 나한테 전혀 집중 안 하네. 너무 한 거 아니야?”
홍선우는 거의 보름 동안 매일 구재이에게 연락해서야 겨우 구재이를 불러냈다. 명목상으로 집안에서 새 식당을 오픈했다고 하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 바쁘니 구재이라도 와서 부족한 점을 봐달라고 핑계를 댔다.
하지만 구재이는 워낙 바쁜 사람이었던지라 겨우 점심시간을 쪼개서 와줬건마는 막상 들어오자마자 구재이의 관심은 온통 다른 데 있었다.
식당 인테리어를 훑어보거나, 오가는 손님들을 관찰하거나, 이따금 직원들의 태도를 지켜보며 평가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구재이는 식당을 구석구석 훑어보아도 유독 자신만은 보지 않았다.
홍선우는 완전히 실패한 기분이 들었다. 겨우 얻은 구재이와의 단둘이 식사할 기회를 이렇게 허무하게 날려버릴 줄은 몰랐다.
그제야 구재이의 시선이 홍선우에게로 향했다.
“네가 나한테 식당 둘러보고 의견 좀 달라고 했잖아. 그래서 하고 있는 중인데 왜 그래?”
구재이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홍선우가 괜히 일을 키워 가족들 귀체까지 들어가지 않았다면 그녀는 애초에 여기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야... 적어도 테이블 위에 있는 음식은 좀 존중해줄래?”
홍선우도 알고 있었다. 이번 초대는 정당한 방법은 아니었다는 것을.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한 끼를 위해 그는 구재이의 둘째 오빠에게 두들겨 맞기도 했으니까.
구한별은 정말이지 너무도 과했다. 게다가 눈에 안 띄는 부위만 골라 때렸고 드러나는 곳은 단 한 군데도 건드리지 않았다. 의자에 앉아있는 지금, 몸을 살짝만 움직여도 욱신거렸다.
“나 충분히 존중하고 있는데?”
구재이가 눈을 깜빡였다.
홍선우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입을 떼다가 말고 할 말을 잃었다.
“됐다. 넌 그냥 한시도 가만히 못 있는 거잖아. 뭐야, 설마 여기에 민지환이 있어서 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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