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온나연은 여씨 가문 본가에서 나온 뒤, 당분간은 절친인 이민영의 집에 얹혀 지내기로 했다.
“너 그놈이랑 드디어 이혼하는 거야?”
이민영이 팩을 붙인 채, 온나연 옆의 캐리어랑 울상이 된 얼굴을 번갈아 보며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응. 이제 합의서에 사인만 하면.”
온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문가에 선 얼굴에는 슬픔도 기쁨도 없었다.
“잘했다, 얼른 이혼해!”
이민영이 잽싸게 그녀를 안으로 끌어들여 꽉 끌어안았다.
“더 미루다가는 사생아로 축구팀 만들 거라니까!”
“춥다.”
온나연은 힘이 쭉 빠진 채로 이민영에게 안겨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둘은 대학 동기였다. 졸업 후 한 명은 경찰서에서 형사가 되어 날마다 시신을 경찰서로 실어 나르고, 한 명은 법의학과로 가서 나날이 그 시신을 해부했다. 일명 경찰계의 요리사와 도마 콤비.
예전의 이민영은 여경민과 온나연의 1호 팬이었다. 두 사람이 헤어졌다 다시 만났다를 거쳐 마침내 결혼식장에 들어가는 걸 지켜보며, 캠퍼스에서 웨딩까지의 완벽한 사랑이라 믿었다.
둘이 싸울 때면 이쪽저쪽 뛰어다니며 중재했고, 여경민과 온나연의 성대한 결혼식 때는 상석에 앉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눈앞의 금슬 좋은 한 쌍이 원수지간이 되는 걸 보면서, 이민영도 결혼 공포에 질렸다. 그렇게 비혼 비출산을 외치게 된 것이다.
“쳇, 남자는 좋은 놈 하나도 없어!”
이민영은 다년간 여경민 곁에 군락을 이룬 각종 여자들을 떠올리며 온나연이 아깝다 못해 분했다. 이혼 소식을 듣고서는 더는 말릴 생각도 접고, 오히려 그녀가 해방되는 거라며 들떴다.
“자, 경사 난 건데 어떻게 축하하지?”
온나연은 캐리어를 내려놓고 소파에 털썩 몸을 던졌다. 온몸이 뼛속까지 피로했다.
하얀 천장을 멍하니 보자, 여경민과의 기억 속 달콤함과 고통은 점점 흐릿해지고, 대신 어젯밤 그 연하남의 얼굴이 저절로 떠올라 점점 또렷해졌다.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반은 진담 반은 농담으로 말했다.
“가자. 가서 남자 모델 콜하자.”
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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