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여경민의 차가운 무관심이 온나연의 마지막 미련마저 태워버렸다.
그녀는 남자의 완벽하게 조각된 옆모습을 바라보며 결국 허울뿐인 작별 인사를 삼킨 뒤 가방끈을 꽉 잡은 채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났다.
회사 건물을 나와 차량이 끊임없이 오가는 도로를 걷던 온나연은 갑자기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쓸쓸함을 느꼈다. 가슴 한쪽을 파낸 듯 텅 빈 느낌이었다.
여경민과 이혼 때문에 오랜 세월 다퉜는데 지금 이 순간에야 비로소 이 결혼이 정말 끝났음을 실감했다.
대학 시절부터 이 남자와 10년 가까이 얽히고설키며 보냈던 시절이 이젠 모두 허사로 돌아갔다.
이제 여경민은 온나연과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 되었고 남은 인생에선 새로운 사람과 그들이 함께 했던 일과 하지 못했던 모든 일을 경험할 것이다.
이런 생각만 해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며드는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무겁게 짓눌러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흑...”
강렬한 금단 증상으로 온나연의 마음엔 주체할 수 없는 통증이 밀려왔고 눈물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내렸다.
더 이상 슬퍼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이 순간이 오니 감정이 무너져 버틸 수 없었다.
뭐가 됐든 온 마음을 다해 10년 동안 사랑한 남자였다. 백발이 될 때까지 함께하길 바랐던 인생의 동반자인데 이젠 완전히 잃고 말았다.
“아가씨, 여긴 큰길이야. 울 거면 집에 가서 울어!”
오가는 많은 행인 중 온나연이 이렇게 무너져 통곡하는 모습을 보고 동정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짜증을 냈다.
온나연도 서른이 가까워지는 나이에 그저 이혼한 것뿐인데 한창 사랑에 눈이 먼 젊은 아가씨가 이별한 것처럼 이성을 잃는 건 억지스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속상하고 참을 수 없었다. 넓은 바다에 홀로 둥둥 떠다니듯 기댈 곳 하나 없었다.
“나연 누나, 울지 마요!”
뒤에서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린 온나연은 임창수의 예쁜 두 눈을 마주했다. 남자의 훤칠한 몸이 거대한 산처럼 그녀를 완전히 감싼 채 강렬한 압박감과 설명할 수 없는 안정감을 풍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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