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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여경민은 손을 내밀어 붙잡거나 뭔가 말하려 했지만 결국엔 붙잡지도, 말하지도 않았다. 그는 자신이 그럴 자격이 없다는 걸 알았으니까. 온나연이 여씨 가문 본가를 떠난 후 여경민의 마음속에는 또다시 쓸쓸함이 밀려왔다. 뼈마디가 뚜렷한 손으로 투명한 잔을 돌리며 거실 소파에 앉아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본가 거실의 조명은 달빛처럼 하얀 차가운 색조였고 공간도 너무 넓은 탓에 그의 외로움을 더욱 부각했다. 참 아이러니했다. 예전에 온나연이 떠나지 않으려 할 때는 싫증만 났고 대부분 여자는 집 안의 냉장고나 TV, 혹은 시든 캐모마일 한 포기처럼 존재감이 거의 없어서 그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정말로 온나연이 곁을 떠나자 이토록 적응되지 않을 줄이야. 외로움은 마치 빼곡히 모여든 거머리들처럼 그의 냄새를 맡고 달려들어 피부에 달라붙었다. 아무리 쫓아내려 해도 도저히 떨쳐낼 수 없었고 그의 뼛속까지 갉아먹으려는 듯했다. 여경민은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슬픔을 감추려 애썼다. 어차피 온나연과의 이혼은 필연적이니 지금은 괴롭더라도 오랜 시간 고통에 시달리는 것보다 일찌감치 끝내는 게 더 나을지도 몰랐다. 컵을 내려놓고 일어나서 위층으로 올라가 쉬려는데 소연수가 마침 내려오고 있었다. “경민아, 왜 혼자야? 온나연은?” 소연수는 사실 계단 모퉁이에 숨어 한동안 여경민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온나연이 혼자 떠나는 것과 사람들이 없을 때 어색하고 냉담한 둘의 관계도 보았다. 둘 사이에 분명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한 그녀는 겁도 없이 떠보듯 물어보았다. “갔어요.” 여경민은 담담하게 말하며 차갑게 뒤돌아 계단을 올라갔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왜 집에 돌아가? 오랜 시간 부부로 지내면서 이젠 각방이라도 쓰는 거야?” 소연수는 천천히 계단을 오르는 여경민을 보며 입을 가리고 웃었다. “하하하, 내가 그냥 농담하는 거니까 마음에 담아두지 마.” “농담이요?” 소연수 앞으로 다가간 여경민은 몇 계단 아래에 있었지만 소연수보다 키가 컸고 거대한 몸 주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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