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화
여경민은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결국 차를 몰고 양수민이 있는 아파트로 향했다.
이 아파트는 회사 명의로 양수민에게 사준 것이었지만 외부에서는 모두 알고 있었다. 회사 명의는 사실 핑계일 뿐이고 실제로는 그가 개인적으로 애인을 숨기기 위한 아지트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아파트 주변에는 항상 파파라치들이 잠복해 있어 가십거리가 찍히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오래 잠복했음에도 여경민이 한 번도 아파트에 오지 않자 파파라치들은 포기하려던 찰나, 오늘 밤 여경민의 차가 아파트로 들어오자 순식간에 들끓기 시작했다.
내일 기사 1면 헤드라인이 또 생겼다!
띠릭.
여경민이 엄지손가락으로 잠금장치를 덮자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오빠!”
양수민은 흰색 끈으로 된 잠옷을 입고 맨발로 커다란 통유리창 앞에 앉아 있었다. 뒤로는 반짝이는 네온 불빛이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우울하고 산만한 느낌을 주었다.
“안 올 줄 알았어요...”
양수민이 일어나 눈물을 글썽이며 여경민을 바라보았다. 마치 큰 억울함을 당한 듯했다.
“얼굴이 왜 그래?”
여경민은 눈살을 찌푸리며 양수민을 바라보았다. 양수민의 부어오른 얼굴에 조금 놀란 듯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다 내가 자초한 일이죠.”
양수민은 살며시 자기 뺨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렸다.
“오빠, 미안해요. 멋대로 전화를 걸어서 방해하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이번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어요. 내가 바보 같은 짓을 할까 봐...”
“도대체 무슨 일이야?”
여경민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지며 앞으로 걸어와 양수민의 뺨을 자세히 살폈다. 겹겹이 선명한 손바닥 자국이 남아 있는 걸 봐선 누군가에게 반복적으로 맞은 것으로 추정됐다.
다른 쪽 뺨에는 거즈가 붙어 있어 상태를 알 수 없었다. 여경민이 거즈를 떼어내려고 하자 양수민이 그의 손을 잡았다.
“그냥 조금 긁힌 것뿐이라 며칠 지나면 나을 거예요. 문제는 촬영이 중단됐어요. 희수를 촬영장에 데려다주기로 약속했는데 이러면 속상해할 거예요.”
“뭐, 어디에 긁혔는데?”
여경민이 강하게 거즈를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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