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화

여희수의 한마디가 그들이 조심스럽게 감춰둔 상처를 들추는 듯했다. 그 생생한 고통은 일부러 피한다고 해서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엄마...” 온나연은 숨을 깊게 들이쉬며 이 기회에 여희수에게 자신과 여경민의 일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해 보려 했다. 물론 부모의 이혼은 아이에게 잔혹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만 했다. 예전엔 아이가 상처받지 않도록 이혼을 미루며 겉으로는 완벽한 가정의 모습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미 갈라진 틈새는 억지로 이어 붙인다고 메울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점점 간극이 벌어지고 상처만 깊어질 뿐이었다. “바보야, 엄마 아빠가 얼마나 서로 사랑하는데 이혼을 해?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마. 엄마는 그냥 요즘 일이 바빴던 거야.” 허미경은 아마도 온나연이 아이에게 솔직히 말하려는 걸 눈치챘는지 재빨리 끼어들며 계속해서 아무 일도 없는 척했다. 온나연이 눈살을 찌푸리며 더 말하려 했지만 허미경은 그녀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일부러 여희수를 유도했다. “희수야, 엄마랑 고작 며칠 떨어져 있었다고 열도 나고 잠도 못 잤잖아. 엄마 있는 아이가 얼마나 행복한데. 게다가 넌 아직 이렇게 어린데 엄마 없이 어떻게 지내? 아빠랑 엄마가 정말 이혼하면 앞으로 누가 자기 전에 동화책 읽어주겠어?” 여희수의 밝고 천진난만한 얼굴이 즉시 어두워지며 입을 삐죽 내밀고 불안한 눈빛으로 온나연을 바라보았다. “엄마, 아빠랑 이혼하지 마요. 희수는 엄마가 좋고 엄마가 희수한테 읽어주는 동화도 좋아해요. 자기 전에 책 안 읽어준 지 너무 오래됐어요.” 꼬맹이의 애교 섞인 몇 마디 말에 온나연이 애써 쌓아 올린 마음의 벽이 녹아내렸다. 오랫동안 곱씹어 온 말들도 목에 걸려 도저히 입 밖에 내지 못했다. 적어도 지금은 아이가 막 열이 내려 퇴원한 상태라 가장 연약하고 그녀의 보살핌이 필요한 때였다. 만약 지금 이혼을 언급한다면 그건 정말 새엄마보다 더 잔인하게 구는 것이었다. 고민 끝에 온나연은 부드럽게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허미경의 말에 따라 아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