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화

임창수는 확실히 서비스업 종사자답게 상대방의 기분을 맞추는 데 능숙했다. 그래서 여희수가 그를 이렇게 좋아하는 것이었다. “오빠는 여기가 마음에 들어요?” “당연하지!” “그럼 오빠도 여기서 같이 지내요. 엄마가 며칠 동안 저와 여기서 지내기로 했어요. 우리 같이 놀아요!” 여희수는 매우 자랑스럽게 말했다. “여기서 지내라고?” 임창수는 고개를 들고 온나연을 슬쩍 바라보며 교활하면서 순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희수 엄마가 반대하실 것 같은데?” “오빠,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가 저를 제일 사랑해요. 제 말을 들을 거예요.” 그러고 나서 온나연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면서 자신만만한 태도로 온나연에게 빌었다. “엄마, 오빠도 여기서 같이 살고 같이 놀았으면 좋겠어요. 안 돼요?” “안 돼!” 온나연은 팔짱을 끼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여희수의 작은 얼굴이 순식간에 찌그러졌다. “왜 안 돼요?” “우린 아직 이 사람을 잘 모르니까. 그리고...” 온나연은 잠시 뜸을 들이면서 엄숙한 표정으로 여희수에게 알려주었다. “남자와 여자는 함부로 같이 살면 안 돼.” “왜 안 되는데요? 그럼 아빠는 왜 수민 이모랑 같이 살 수 있어요? 아빠는 남자이고 수민 이모는 여자잖아요. 그러니까 우리도 오빠와 같이 살 수 있어요!” 여희수는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온나연의 말에 반박했다. “그건...” 온나연은 갑자기 어떻게 희수에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했다. 논리적으로 보면 희수의 말은 빈틈이 없었다. “괜찮아. 불편하다면 오빠는 다른 곳에서 지내고 매일 희수 찾으러 오면 되잖아.” 임창수는 일부러 배려심이 깊은 모습을 보여주다가 불쌍한 척하였다. “지금 오빠가 살고 있는 곳이 여기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져 있어. 매일 왕복하기가 좀 힘들지만 희수가 행복하면 난 다 극복할 수 있어.” 이 말을 들은 온나연의 머리 위로 까마귀 떼가 지나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임창수를 화장실로 끌고 가서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야, 대체 무슨 생각이야?” 임창수는 어깨를 으쓱하며 순진한 표정을